확진자의 동거가족 일지 ② 동거인 확진 D-day
이 이야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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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2/22 화요일)
[오전 11시. 남편의 PCR결과 양성 확진문자 수신]
어젯밤 처음으로 각방을 쓴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서로의 안부를 살폈다. 남편은 거의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로 목이 아프다고 했고 나도 가래가 더 심해졌다. 내 증상이 남편의 초기 증상과 비슷해서 내심 우리 둘 다 확진일꺼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 오전 11시에 남편에게 확진문자가 왔다.
문자를 받고서는 예상했던 결과라 그런지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대신 바뀐 방역지침을 찾느라고 혼란스러웠는데 일단 나는 2차 접종을 맞은지 90일이 경과한 사람이라 미접종자로 분류된다.
미접종자는 확진자와 운명을 같이 하는데 확진자와 동일하게 7일간 자가격리다.
대신 확진자의 동거인은 확진자보다 운신의 폭이 넓다. 확진자의 간병 목적일 수도 있지만, 생필품, 약을 구매하는 목적의 짧은(2시간 이나) 외출이 가능하다. 남편의 확진 소식을 듣고 나서 나는 당장 집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코로나 자가격리 키트를 각 구청에서 보내줬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거 없다. 50세 미만의 확진자는 알아서 자기 몸을 챙겨야 한단다. 혼자사는 확진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지만 우리는 둘이라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사실 이 모든걸 확진 문자와 같이 보내줬으면 좋았겠지만 바쁜 탓인지..이 날 오전까지는 남편이 확진문자를 받고 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찾았다. 어젯밤에도 찾아보기는 했지만 막상 닥치니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아픈 남편보다 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예전에 알던 코로나 관리체계와 많이 달라져서 혼란스러웠다.
당장 나부터 PCR검사를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점심을 후딱 먹고 보건소로 갔다.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오후 1시. 나의 PCR검사 시작]
헐레벌떡 찾아간 보건소는 예전보다 PCR검사 기준이 까다로워졌다.
나는 밀접접촉자이지만 신속항원검사 음성 상태이고 아직 밀접접촉관련 문자안내는 받지 못한 상태다.
남편이 받은 확진 문자(아래 첫번째 사진)를 보여주고 증빙하려고 했더니 안 된단다. 내가 밀접접촉자라는 문자(아래 두번째 사진)가 없는 상태에서는 확진자와 내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우리가 같이 산다는) 가족관계 증명서나 등본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신분증도!
(언론에서는 신분증이나 등본 얘기 없이 확진자의 문자만 보여주면 되는 것처럼 말하는데 절대 아님! 내 앞에 있던 사람은 동거인인 친구의 확진으로 왔으나 증빙이 문자밖에 없어서 검사를 받지 못했다)
다행히 시간이 좀 있어서 등본을 떼고 대기했다.
내 생각엔 이 과정이 방역 사각지대로 보인다. 확진자의 갑작스런 증가로 밀접접촉 증빙이 있어야 검사를 해 주는건 알겠지만, 위에서 보듯이 남편의 확진문자와 나의 밀접접촉 문자의 간격이 반나절 정도 되기 때문에 그 사이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접촉할 수 있는 범위가 많아질 것 같다.
여기도 잘못 나와있음. 밀접접촉자는 문자 뿐만 아니라 신분증과 등본이 필요하다[오후 4시. 남편에게 걸려온 전화]
어찌어찌 검사를 받고 집에 왔는데 남편에게 오후 4시정도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간단한 문진을 하고 감염경로를 묻는 듯 최근에 만난 확진자를 물어봤는데 최근 1개월 사이에 2명의 확진자를 만나서 이 중 어디서 옮은건지 확실치는 않았다. 그리고 남편이 밀접접촉한 사람들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나에게 온 밀접접촉 문자는 남편이 입력해 줘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나보다. 어찌되었든 묻는 말에 설명을 다 하고 그대로 통화가 끝났다.
음? 이대로 끝?
다시 한 번 바뀐 코로나 지침을 깨달았다. 아..이제 각자도생이지
- 남편 증상 : 강한 기침. 목을 긁는 아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 열 없음. 관절통 없음
- 남편 PCR검사 결과 ; 양성
- 내 증상 : 약한 기침, 목마름, 약한 관절통
- 나의 PCR 결과 ; 대기중
오늘은 아주 긴~밤이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