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을 싫어하는 동물이 있으신지? 티비에서 보는 것 말고는 만지거나 보는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것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거미, 바퀴벌레와 같은 벌레들은 거실 저 끝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비명을 지르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동물원에 있는 파충류관 입구에는 들어가기 싫다며 우는 아이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뱀, 도마뱀 같은 파충류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개가 무섭다. 무서워서 싫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내가 어린 시절 개에게 물린 기억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리고 나도 나의 어린시절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당신의 귀여운 '초코'를 사랑할 수 없어 유감이라는 듯이 말해 준다. 하지만 다 거짓말이다. 개에게 몇 번 위협을 당한 적은 있지만 물리적으로 상처를 입은 적은 없다. 오히려 나 혼자 도망가다가 넘어진 적은 있다. 개를 보면 귀엽거나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티비와 인스타에서 보는 개들은 예쁜데 실물로 만나는 개의 눈동자를 처다보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개를 싫어하는데는 이유가 필요하다. 이유를 말해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 인간성을 의심한다. 어린아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기적인 어른처럼 보이는 것과 비슷하다. 견주들은 그들 눈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한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내가 가상으로 만든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달래주는 그들이 고맙고, 또 정말로 그들의 개는 (아마도)나를 물지 않을 가능성이 높을꺼다. 하지만 저 네 발 달린, 강한 턱을 가진 동물을 무서워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진 않는다. 그냥 덮어버린다.
그래서 개를 무서워하는, 싫어하는 나는 조금 외롭다. 덜덜 떨리는 손을 맞잡고 애써 지나가며 마주치는 개들의 눈의 피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강아지가 나에게 달려 올 때면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온다. 손바닥만한 개에게 쫓겨 허겁지겁 도망가는 내 모습이 우습고 부끄러워 눈물이 핑 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개를 무서워하는 나도 나쁘지 않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다는걸 알아만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