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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Oct 19. 2022

모기야 우리 집에 놀러 와라

killkillkill :)

 요즘 나에게 특기가 하나 생겼다. 모두가 부러워할 나의 특기는 바로 모기 잡기다.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는데 나도 그렇다. 전기모기채로 잡는 건 기본이고 두 손으로 잡거나 한 손으로 허공을 휘둘러 모기를 주먹 안에 가둬서 잡기도 한다. 나의 최고 기록은 하루에 8마리다. 전기 모기채가 충전되는 30분 사이에 맨손으로 3마리를 잡고, 전기 모기채가 충전된 다음에는 5마리를 더 잡아서 총 8마리를 잡았다. 


 가을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모기의 제철이다. 여름보다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곳을 찾아 집안으로 모기들이 들어온단다. 나는 제철을 맞은 모기를 박멸하기 위해 매일 밤 전기모기채의 후레시를 켜고 - 우리 집 전기모기채는 2만 원이라는 가격에 걸맞게 무려 후레시 기능이 있다 - 온 집안을 떠돈다. 전기 모기채로 인한 모기의 사인은 감전사다. +극과 -극을 이루는 전기 모기채의 격자 안에 모기가 닿으면 모기의 얇은 몸을 전해질 삼아 전류가 모기의 몸을 관통한다. 타다닥, 소리를 내면서 모기의 몸에서 하얀 불꽃이 튄다. 그렇게 사냥한 모기를 휴지에 싸서 버리면 끝이다. 


 이 타다닥, 과 불꽃에 나는 중독되어 버렸다. 한 번은 저녁에 어린이대공원을 뛰다가 여기에 전기모기채를 가지고 오면 얼마나 많은 모기들을 죽일 수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내가 달리는 길목마다 타다닥, 과 불꽃이 일어날 상상을 한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에 실행해 볼 참이다. 


 모기 사냥에 푹 빠진 나에게 우리 집은 약간은 싱거운 사냥터다. 앞서 말한 것처럼 8마리를 잡은 날은 행운이다. 보통은 하루에 3~5마리에 그친다. 어느 날 밤, 여느 때처럼 안방에서 거실, 화장실까지의 모기 순찰을 마치고 잠자리에 누운 나는 묘한 생각이 들었다. '모기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안 그래도 짧은 가을, 모기가 없어지기 전에 일일 모기 사냥 수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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