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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매일성장통 Jun 14. 2017

그렇게 바쁘니?

원래부터 내가 외로움을 유독 잘 느낀다는 생각을 했었다.


왁자지껄 몇십명이 모여 술을 마시던 대학 새내기 시절에도

술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면

뭔가 모르게 허무함과 외로움이 공존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지만,

그런만큼 마음 저곳의 얘기를 나눴다기 보다

웃기고 웃으며 에너지를 소비한 느낌.


사실, 그 시간들 역시 

즐거움과 대학새내기의 열정 및 치기로

기분좋게 보낼 수 있으련만,


왜 그렇게 쓸쓸했는지 모른다.

즐겁긴 하지만, 즐거워야만 하는 분위기.

여럿이 모이긴 하지만 왠지 소수가 모이면 어색해질 거 같은 분위기.


모르겠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건지.


"친구가 몇명이나 돼요?"

라는 질문에 쉽게 대답을 하기가 어렵다.


내가 생각하는 친구를 친구라고 해도 되는건지.


이렇게 저렇게 학창시절부터

만남과 헤어짐은 반복되었다.

매년 새학기마다 만나는 친구들,

그리고 멀어지는 친구들.


학교를 졸업해 나가면서

친구라고 부르는 범주는

점차 좁아져갔고,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 앞에 나서기 왠지 쪽팔렸던 시기들이

다들 달라지면서,


사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친구들을 만나면

그냥 친구였으면 좋겠는데.

똑같이 학생이었던 시절에는

서로 "어제 뭐했니. 요새 재밌는 영화가 뭐니"를 물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요새 뭐하고 지내니?"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승진했어, 취직했어, 새 차를 샀어 등등?"

혹은 "결혼해 "

뭐 이런거?


그냥 "요새 무슨 드라마 보니?"

이런거 물어보면 좋으련만...


그렇게 무언갈 물어보기도 대답하기도 애매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 결혼과 임신의 시즌이 오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친구들은 더욱더 연락이 힘들어졌다.


"너도 결혼해봐. 가족행사가 그렇게 많다"

"너도 애 낳아봐, 전화 받을 정신이 있겠니?"


그렇구나. 결혼과 육아를 하면 전화 한 통화, 카톡 하나 답하기도 어렵구나

뭔가 공감할 수 없는 일들을 겪고 있는 그들에게

알게 모르게 부러움과 서운함을 갖고 있었다.


육아를 통해 또 다른 조리원 동기, 문화센터 친구, 어린이집 친구를 만들어가며

아이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친구 만들기'에 나선 그들을

알지 못하는 세계이기에 이해해야만 했고,


그 바쁨이 왠지 모르게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바쁘면 사사로운 외로움따위 느끼지 않을 거고,

그래도 바쁘면 사사로운 잡생각 따위 하지 않을테니..


그렇게 나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 정신없다던 갓난아이육아를 하면서

난 왜 또


'잘 지내니? 우리 언제 한번 보자'

라는 카톡을 먼저 보내고 있는 걸까?


넘치는 체력이라 시간이 남아도는 걸까.

신랑이 넘치게 육아를 도와주고 있는 걸까.

전화 한통 못받게 바쁘지 않은 나의 육아는

뭔가 잘못된 것일까.


안다. 나도 한번 만나는 약속을 잡으려면

어쨌건 이런저런 일들이 겹치기도 한다는 걸.


생활반경이 달라진 친구들 덕에

만남의 장소까지 가는 것이

때로는 귀찮기도 하다는 걸.


사실 만난다 해도 띄엄띄엄 만날수록

왠지 모르는 어색함을 서로 느끼고 있다는 걸.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던데.

왜 나는 휴대폰을 붙잡고

막상 마땅히 '함 보자'라는 말을 날릴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괜시리 쓸쓸해 지는 걸까.


육아퇴근 후 맥주 한잔을 깠다.


20살에도, 30살에도,

맥주 한잔을 걸치면

잡다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문득 내가 고등학교때

책 앞에 써놓았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


그때도 나는 애련과 희로에 몹시도 시달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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