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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매일성장통 Aug 19. 2016

'Money', 너는 뭐니?

"나는 여행 다니는게 너무 좋아"

"그럼 돈 많은 사람 만나"


"결혼이 무서워. 대체 뭘 보고 만나야 하는거지?"

"일단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행복도 오는거야"


너무나 흔한 그 말. 

돈이면 일상의 행복도, 결혼생활의 안정도 다 가질 수 있다는 그 말. 

완벽하게 부정할 수 없지만, 왠지 아닐거라고 믿고 싶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한 그 놈의 '돈'


내가 벌어서 내가 혼자 쓸 때는 오히려 

돈에 더 무감했던 거 같다. 


딱히 내 인생에 일어날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고,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여기저기 

제 갈길을 찾아 빠져 나가고 남는 돈을 보며 

적당히 커피 한 잔, 맛난 음식으로 

일상을 위로하며 살 수 있었다. 


특별히 돈을 모아야겠다거나, 

내 집에 대한 욕심만 없다면야 

그냥 그냥 하루살이처럼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이야 

돈 없이 충분히 낭만과 사랑을 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결혼이라는 고민을 앞두고, 

혹은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그 놈의 돈이 어두운 그림자를 가지고 내 곁에 

다가올 줄이야.. 


애초에 남자가 집을 해오고, 여자가 살림을 해오는 따위의 

논리는 이 시대에 맞지 않는 발상이라 생각했다.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가 집을 해오는 게 

금수저 물고 태어난 자식이 아니면 

얼마나 어렵겠냐는 심정과 

그로 인해 결혼을 포기해야 하는 수많은 안타까운 동료, 선배, 후배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무게감에 가슴아픔도 있었지만, 


사실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없는 건 없다고, 

좋은 집에 일명 '모셔간' 케이스일수록 

더럽고 치사한 생색이라는 걸 겪는 경우도 많이 봤고, 


별거 아닌 말 한마디에도 

예민해 질 수 밖에 없는 자격지심 같은 게 

괜히 발동한다는 말을 들으며, 

세상에 공짜란 정말 있을 수 없구나 싶기도 했다. 


또한 집을 해오면 응당 

그에 걸맞는 살림살이를 준비해야 하고, 


무언가 알뜰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자 해도, 

'나는 이런 집을 해왔는데 돈이 아까워서 저러나'

소리 듣고 싶지 않아 쓸데없는 돈을 낭비해야 하고

결국 매장 사람들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되는 것도 싫었다. 


하나 더 있다면, 

집은 어쨌든 자산으로 남는 거라 하더라도, 

가구야 이사다니면서 망가지고, 

가전이야 몇 년 지나면 바꾸고 싶은 것들이라 

소비재에 불가하니 내 자산이라는 것이 없이 시작하는 기분도 

아마 한 몫 하지 않았으랴 싶다. 



어쨌든 '작은 결혼식'이 대세라는 요즘 

쓰잘 데기 없는 이런 저런 거 빼고, 

합리적으로 돈을 모아 그 예산 안에서 

집이고, 결혼식 준비고, 가구고 

최대한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절감하며 

준비해 보고 싶었다. 


예물이니 예단이니, 

서로 주고 받는 이상한 

꾸밈비니 예물이니, 

진짜 쓸데 없는 반상기니 뭐니 

아무리 전통의 의미를 살린다 해도 

결국 장사하는 사람들 배만 부르는 놀음에 

놀아나는 꼴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어릴적부터 해왔던 확고한 생각이 

왜 사람들이 그토록 결혼은 둘만 하는게 아니라 

양쪽 집안을 다 껴안는 것이라고 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하는 첫 관문이었다. 


사실 내가 혼자 살던 집 보증금에 

있는 돈, 없는 돈 싹싹 긁어 

난 이만큼 준비했으니 너도 이만큼 준비하고 

우리 이렇게 시작하자는 건 


남자친구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나의 당당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생색 내는 꼴 보고 싫다면서 

나도 요즘 같은 때에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나의 이런 생각에 좀 감사해줘 라는 

일종의 생색을 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리라 고백한다. 


분명 동등한 두 개체가 결합을 하겠다는 데 

혹여 아무것도 안 해간 며느리 될 까 

노심초사 , 

그래도 이불이라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물어보는 엄마를 보며 

왠지 모르는 분함에 마음이 아프고, 


그래 둘이 알아서 잘 준비하겠지  

하며 무얼 특별히 요구하진 않으시지만 


이불이라도 해가야 하지 않을까, 

선물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며 작게 작게 하나 둘 보낸 물건들을 

그저 고맙다는 말 한마디로 

쓱 받으시는 것도 

왠지 모르는 속상함으로 남았다. 


그냥 마음 좋게 해주고, 

좋은 날 좋게 좋게 생각하면 

얼마나 좋으랴 만은 

사소한 것 하나, 하나 

특히 돈에 얽힌 것들일 수록 

참 예민하게 다가왔다. 



특히, 한국에서 그 구하기 어렵다는 

전세 보증금을 구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에 

귀를 기울여 갈 수록 

무언가 큰 바윗덩이가 

내 가슴을 억누르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돈에 민감한 사람이었을까. 


나름 정신적인 만족감을 중시하고,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그렇게 

주장해왔었는데.. 


결혼준비에 호기롭게 비싼 

웨딩 마사지를 받고, 

예쁜 인테리어로 신혼집을 아기자기 

꾸밀 수 있는 '있는' 집들이 

새삼 이렇게 부러울 줄이야. 


거기다 결혼 전부터 

나의 고민 제조기는 그토록 발달을 해서, 

아직 생기지도 않은 그런 일들이 

무언가 터지지 않은 시한폭탄처럼 

늘 마음을 짓눌렀으니 

이또한 돈이었다. 



결혼을 망설였던 이유 중 하나였던 

시어머니의 몸상태 

사실 모시고 살 수 없는 직장인이라 

모시는 수고로움은 아니더라도 


한번 병원을 드나드실때마다 

나오는 허걱한 병원비가 

내 몫이기도 하다는 걸 

굳이 부인하고 싶었으나, 

받아들여야 하나 싶다. 


사치가 심하신 것도 아니고, 

의료비라는 데 

돈 아까움을 먼저 생각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어머님이 가지고 계신 게 어느정도인지, 

어느정도까지 도와야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싶지만, 

너무나 예민해하는 문제라 

차마 직설적인 그 말을 하지 못하고 


둘이 벌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혹여 애라도 생기면 

식구가 늘고, 내가 돈을 못 버는 상황이 되면 

우리 식구가 먹고 살기도 버거운 가계에 

허걱 하는 병원비가 

두 어깨에 짐이 되어 

혹여 부부사이의 금이 되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지만 

무언가 시한폭탄 안고 사는 기분으로 

늘 걱정을 해야 하는 것도 

역시 '돈'이 내게 준 시련이다. 


결혼은 현실이라는 

이 뻔한 말을 

이런 의미로 받아 들여야 하나. 


비교적 무난한 성격에, 

내 고집과 내 주장을 

비교적 잘 받아주는 성격이기에 


별 문제 없이 결혼준비도 

진행되어 왔다 생각했지만, 


'돈'문제만 얽히면 

자꾸 민감해지는 '나'와 

그게 자신의 어머니와 연관된 일일수록 

자꾸 예민해지는 '그'이기에 


속 시원히 내 뱉지 못한 그 말을 

마음에 담아두고 

그저 '돈'의 위력에 새삼 감탄만 할 따름이다. 




회사에 나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다 

어느새 '투잡'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보았다. 


자기 실현과 취미의 발현, 

돈벌이와 또다른 계기 등 

많은 이유로 '투잡'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너무도 많이 해왔었지만 


대체 무얼 어떻게 해야 하며 

내가 가지고 있는 돈 벌 능력이 무엇이 있는 것이며, 

좋아하는 일이 단순히 돈 벌이가 되기에는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 

이미 취업전쟁 틈에서 뼈저리게 느꼈기에 

섣불리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어떻게 어떻게 살겠지 

막연한 긍정의 소유자인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막연 긍정의 힘을 

발휘해보고자 하나, 


이 뚜렷한 이유없는 불안감과 

아직 벌어지지 않은 고민제조기가 만들어 낸 

고민들이 내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에 하염없이 빠져들게 하는 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혼 아니 현실은 

차라리 아무생각 없이 해맑을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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