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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매일성장통 Jul 12. 2018

82년생 그녀가 어릴적엔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이야기(1)

그녀가 3살이 될 무렵, 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일찍히 말이 터져, 못하는 말이 없었으며, 낱말카드로 시작한 한글공부도 곧잘 해냈다.

첫 아이인지라 모든게 신기하고 모든게 설렜던 엄마는

그 당시 유행이었던 암산과 주판, 천자문 떼기 등 많은 것들을 시도했고,

그녀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흡수할 수 있을 거 같은 스폰지처럼

그런 엄마를 충분히 만족시킬 정도로 흡수시켰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엄마를 만족시킬 수 있었던 건

엄마의 인정과 칭찬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성인이 되어 어릴적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에도

그녀가 또렷히 기억하는 한 가지가 있다.




초등학교 입학 첫날, 수업시간이다.

한 반에 65명이 빽빽히 들어앉은 교실에서

모든 아이들은 자를 가지고 밑줄 긋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도 잘 기억안나는 담임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의

비좁은 책상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이들의

삐뚤 뺴뚤한 밑줄들을 살펴 보고 있었고,

누군가의 공책을 발견하곤 그 공책을 높이 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똑바로 밑줄 그으면 돼요."

순간 그녀는 그 공책의 주인공이 너무 부러웠다.

내 공책도 높이 들려 인정받고 싶었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그 생각을 지울 수 없었고,

집에서 밑줄 긋기 연습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 다음날, 선생님은 밑줄긋기를 다시 시작하셨고

드디어 내 공책 옆으로 오신 선생님은 내 공책을 높이 쳐들어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그때의 뿌듯함이란.!!


그 날 무슨 옷을 입었는지, 옆에 누가 앉아있었는지

선생님의 얼굴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날의 뿌듯한 그 기분은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흘러,

이제 초등학생 엄마 아빠가 되어가는 친구들이

요즘 초등학생들의 사교육에 대해

한창 열을 올려 얘기할 때,


그녀가 학창시절 공부를 잘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가 한참 고민하다  그 뿌듯함을 기억해냈다.


그 성취감과 인정들이 알게 모르게

그녀의 자존감을 만들어갔고

스스로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만들지 않았을까 했다.


그렇게 그녀는 엄마에겐 자랑스러운 딸로

학교에선 공부 잘하는 애로 인정받으며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다.



사실 그녀가 성인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돌이켜 볼때

학창시절의 기억은 그다지 뚜렷히 남아있지 않다.

누군가의 인정 아래 '착한 아이'로 살아간 그녀는

부모의 기대와 학교의 제도아래 '순응'만이 살 길이라 생각해서인지

별다른 의구심 없이 살아갔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에게 그 시절은

진짜 '내'가 아닌 시절이었고

눈막고 귀막고 시키는대로 달려가던 '경주마'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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