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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일매일성장통 Jul 12. 2018

그녀가 꿈틀했다

내 친구의 친구의 친구이야기(2)

그런 그녀가 꿈틀하며 무언가 뜨거운 화를 참아내야 했던

기억은 주로 집에서 일어났다.


늘 업무로 바쁘던 엄마와

중학생이 되면서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는 남동생

이렇게 셋뿐인 식구들이 모여 앉아

함께 밥을 먹는 시간은 오직 일요일 아침뿐이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일들을 해내던

엄마는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이런저런 반찬들을

만들어냈고, 늦잠자는 동생을 몇번이고 깨워댔다.


"다같이 먹는 밥 일주일에 한번인데 일어나서 같이 먹자"

"아.. 난 이따 먹을게.. 그리고 지금 바로 일어나서 어떻게 먹어. 아이씨.`"


다 차려놓은 밥상에 앉아서 밥만 먹으라는데

퉁퉁거리는 동생의 말이 엄청 거슬리면서도 ,

그냥 좀 두지. 뭘 굳이 같이 먹겠다고 저러나

엄마에 대한 짜증도 몰려왔다.


꾸역꾸역 기어나와 인상을 한껏 찌뿌리며 앉은 동생은

입맛이 없네 어쩌네 하면서

이 반찬이 별로네, 이런걸 아침부터 어떻게 먹나

투덜투덜 밥을 먹기 시작했다.


왜 그런 동생 앞에

이것좀 먹어봐라 이게 맛이 이상하냐 그럴리 없는데

하면서 이것저것 밀어넣고 있는지

엄마의 태도가 꿈틀꿈틀 나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한그릇 뚝딱 밥을 비워낸 동생은

어무렇지도 않게 밥그릇을 엄마에게 들이밀었다.


"밥 조금만 더"


이제 막 이것저것 반찬들을 나르다 앉아서

한 술 뜨려는 엄마였다.

일주일에 한번 뿐인 소위 '다 같이 밥먹는 날'을

평화롭게 보내고자 꾹꾹 눌러참던 나는

기어이 터지고 말았다.


"네가 갖다 먹어!!"

"아 뭐야, 누나한테 시킨거 아니잖아"


"됐다. 뭘 그런거 가지고. 너는 참. "

나에게 눈짓을 하면서 얼른 몸을 일으키는 엄마가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됐어. 내가 가져올게"

빽 소리를 지르고 일어서서

밥을 주걱으로 떠서 대충 눌러담곤

동생 앞에 내미는 밥그릇이 곱게 갔을리는 없다.


"왜 짜증이야. 아 안먹어. 먹기 싫다니까"

던져지듯 내민 밥그릇에 기분이 상한 동생은

다시 방에 들어갔고


엄마는 어쩔줄 몰라하며 나를 타박하기 시작했다.

"왜 별것도 아닌걸로 밥도 못먹게 해. 그냥 좀 한 그릇 갖다 주면 되지.

그게 뭐 큰일날 일이라고.. "


이 날의 기억은 그녀에게 훗날까지 생생하게 이어졌다.

엄청난 꿈틀거림.


일주일을 고단하게 일한 엄마가 아침부터 한끼 먹이겠다고

부산을 떠는 것이 왜 동생에겐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지는 건지.


왜 엄마는 그런 동생에게 어떻게든 먹이려고 저리도 안달인건지.

사실상 먹지 말아야 할 거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나는 정말 별것도 아닌걸로 평화로운 가족의 식사를 깨트린건지.


그리고 난 여기저기에서 그런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는 걸 발견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모임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그릇을 들이미는 남자 어른들과는 달리

엄마와 이모들은 그들의 젓가락이 가는 곳마다

이건 좀 별로인가요. 제가 간을 잘 못맞췄나봐요

이러며 평가를 조심스럽게 기다리는 학생의 표정으로

앉아있곤 했다.


이상했다. 뭔가. 그리고 그 이상함을 나만 느끼고 있는게 더 이상했다.

모두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꿈틀거림은 나만의 것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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