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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매일매일성장통
Jun 09. 2019
오후3시에서 6시까지
-우리 회사 김OO씨 이야기 -
오후 세시. 삼십 명이 넘게 한 공간에 모여있는데도
고요함이 가득하다.
똑같은 모습으로 모니터만 응시하는 사람들이 내뿜는
날숨의 이산화탄소때문인걸까.
텁텁한 공기가 짙게 깔려 무언가 편히 숨쉬기가 불편하다.
"톡톡톡톡"
고요함을 깨는 소리는 오직 키보드 자판기 소리뿐.
글자를 입력하는 소리가 빨라지고
무언가 모르게 희미한 미소가 입에 걸리는 걸 보니
메신저로 뭔가 재미난 얘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늘 무표정하게 모니터만 주시하며 같이 밥을 먹는 시간에도
무언가 다른 데 가 있는 표정으로 '나'를 모조리 지워버린양
옆자리 '직원'으로만 존재하던 그 아이의 슬몃 걸린 앳된 미소에
새삼 90년대생이라는 나이가 겹쳐 떠오른다.
"거기 팀장 어때?"
무언가 내 메신저도 깜박거리는 표시를 보내더니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이 들어온다.
"팀장님? 왜?"
"몰라? 이번에 인사 있대? 거기 팀장이 여기로 올 수도 있다던데?"
"음.. 그래? 여기는 누가 오는데? 아.. 중요한데.."
"그니까.. 저번에 나 팀장 잘못만나서 진짜 그만두고 싶었잖아."
"그러게.. 제일 중요한건 사람이더라. 일이야 하면 되는데"
"그럼 불변의 진리지."
임신에 출산, 육아휴직 1여년을 보내고 복직하니
좋은말로 '워킹맘', 조직 내에선 그냐야 '애엄마'가 되어버려
출근길엔 시간 내에 회사에 못 들어갈까 아슬아슬
퇴근길엔 조금이라도 빨리 아기를 데려와야해서아슬아슬
승진에 각종 회사 내 정보는 이미 다른 세상 이야기인듯 하고.
인사가 있다해도 어차피 아부와 거리가 먼 성격이라
요직에 잘 나가는 라인, 이 따위는 포기한지 오래다.
그럼에도 인사가 뜬다 하면 마음이 뒤숭숭한건
아무래도 함께 일하는 '누군가'가 '누군가'인지가
나의 회사생활뿐 아니라 일상생활,
삶의 질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내건
근무시간 줄이기의 영향 때문인지
워라벨이 트렌디한 단어로 자리잡았다.
아직은,
새벽별 보기 운동에 동참하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여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삶의 진리인 줄 알고 살아왔던 세대가
견고한 성처럼 꼭대기에 자리잡고 앉아있기에
몇 십년 쌓아온 조직문화가
몇 십년 굳어진 그들의 가치관이
오래돼 굳은 화석처럼 딱딱하게
변화를 거부하고 있지만,
여기저기 불고 있는 '갑질', '꼰대'라는 단어는
딱딱한 껍질 속에 꽁꽁 숨겨둔
그들의 한껏 여려지고 좁아진 속살들을
움찔하게 만들테고
조직 내 점차 늘어나고 있는
90년대생의 등장은
말이 안통한다고 입을 닫아버린
아들 딸들을 회사에서 또다시 마주쳐 버린 흠칫함에
말 한마디를 걸기가 참으로 어렵게 만들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그들대로
신규로 발령받은 90년대생은 그들대로
중간에 끼여 흘러가는 조직문화를 눈치 보고 있는
그들은 그들대로
오늘도 '사람'에 상처받고,
조직을 벗어나고 싶고,
스트레스로 잠이 안오고,
일요일 저녁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도,
같은 바퀴를 계속 돌리는 햄스터 마냥
정신없이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보내고 있겠지..
이제는 각종 언론의 단골 소재가 되어버린 실업문제는
그나마 아침에 눈떠 갈 곳이 있는 것에 감사하라 말하고,
<82년생 김지영>의 열풍 이후 다시금 재조명 되었지만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늪처럼 반복되고 있는
경력단절녀들의 외침은
그나마 애엄마를 받아주는 곳이 있는 것에 감사하라 말하고 있다.
정말로 감사해야 하는걸까..
더 힘들게 살아온 선배들의 인생이 있었기에..
밥벌이는 원래 힘든 것이기에..
내가 느끼는 스트레스와 불만족은
내 월급에 포함된 것이기에..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응시하는
모두가 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기에..
비인간적인 고등학교 3년 생활을
수험생의 삶이기에 꾹꾹 인내하고 버텼던 것처럼
초라한 말년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무표정한 가면을 쓰고
일주일 단위로 흘러가는 시간을 징검다리 하며
30년을 버텨야만 하는 걸까.
퇴근하고 나오는 순간
근심, 걱정, 불안 모든 걸
회사에 두고 나와야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데..
쓸데 없는 생각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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