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는 듯싶게 살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바칠 만한 것을 찾고 싶었다.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하루 말고,
전혀 새로운 뜨거운 하루를 가지고 싶었다.
이유도 없는 우연한 흐름이
곧잘 필연적으로 운명으로 이어지곤 했다.
이제 나의 20년 과거는 죽었다.
나는 그 과거를 차디찬 물속에 버리고
그 과거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어제의 나는 꽃처럼 낙엽처럼 죽어 흘러가고 사라졌다.
나무들은 가장 추울 때 그렇게 서있다.
죽지 않고 새로워지는 것은 없다.
죽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새로워질 수 없는 것이다.
구본형의 <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 > 중에서
저도 그랬습니다.
둘째 아이를 낳고 출산휴가중 읽은 그의 첫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나는 사는 듯 싶게 살고 싶었다'라는 문장을 만난 순간 온몸의 피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전율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다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좀 이상해지기 시작했던 것이.
'그리 살 수만 있다면 지옥이라도 가겠다. '
생각했으니까요.
물론 어떻게든 진정해보려고 안간힘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살아난 불씨가 그리 쉽게 꺼질리가요.
온 몸에 엄청난 양의 원유가 매장되어 있던 상황이었으니 더 걷잡을 수 없었을 겁니다.
평생 다닐 거라던 직장에서
승진을 목전에 두고 육아휴직을 하고,
1년을 기약했던 휴직을 4년까지 늘이고 늘이더니 결국은 퇴직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마침내 투덜투덜대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제 삶의 최대 성과였던 직장이라는
익숙함과 결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저는 나무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잎을 다 떨구고도 의연히 겨울을 맞는 나무와는 달리 추워서 죽을 것만 같았거든요.
피할 수 없는 계절임을 알고 있었지만
할 수 만 있다면
죽은 잎사귀라도 다시 뒤집어 쓰고 싶은 심정이었던 순간이 짧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순리가 어디 그렇던가요?
영영 끝나지 않을 줄만 알았던 겨울이 지나고
겨우내 준비했던 새 잎눈, 꽃눈 다투어 터져나오는 봄이 제게도 어김없이 찾아와주었네요.
너무나 좋아하는 그 일로 하루를 열고 닫고 사랑하는 아이들과 여한없는 시간을 보내며
꿈의 또 한조각을 꺼내 나눌 새하루를 설렘으로 맞이하는 일상.
어느새 저는 느끼고 있었습니다.
나 정말 사는 것처럼 살고 있구나!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을 살고 계신가요?
혹시 떨어지는 나뭇잎이 아쉽기만 한 가을이나,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겨울 속을 살고 있다면 미리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봄도 반드시 올 테니까요.
그것이 우주의 섭리니까요.
https://youtu.be/SbMA4JaYC4o?si=mxK3yL6hnNhnEk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