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경계를 넓히는 모험이야기

아난다의 아홉번째 편지

by 아난다

안녕하세요? 화요편지 애독자 여러분!!


지난 주도 그야말로 다이나믹했습니다. 가장 먼저 꿈벗 정양수 선생님의 안내로 함께하는 5일간의 FMD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FMD는 단식모방식단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해 5일간 일부러 굶었다는 얘기죠. 물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적당한 칼로리를 섭취하면서 단식과 같은 요과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배가 고픈 한주였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지난주 마음편지는 가장 배고팠던 단식 첫날 공복감을 잊어보려고 정신줄 놓고 쓴 편지였죠. 기운이 없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쓰는 저도 모를 정도로 넋놓고 쓴 글이었는데요. 얼마나 기운나는 응원의 편지를 받았는지 다시 떠올려도 힘이 날 정도랍니다. 무의식적으로 배고픔이 기능장애로 이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복감이 느껴지면 서둘러 음식으로 그 느낌을 없애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배고픈 상태에서 쓴 글이 좋으셨다니 ‘배고픔=기능장애=위험’ 등식은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일상의 다른 영역에서도 ‘위험’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레 겁먹어 시도조차 하지 않던 모험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봐도 좋을 듯 합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만 잘 다둘 수 있다면 스스로 정한 한계를 뛰어넘는 모험만큼 드라마틱하게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도 드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바로 그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난 주 예고해드렸던대로 제 삶의 경로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던 제 인생 최고의 모험이야기,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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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시작된 모험


제 안의 저도 모르는 힘을 처음 자각한 것은 서른 다섯의 일이었습니다. 물론‘내 마음 하나 맘대로 안 되네’하는 정도야 새로울 것 없는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그때 그 느낌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였습니다.


그 때 저는 직장 생활 10년차를 맞고 있는 워킹맘이었습니다.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터에 성실한 남편과 건강하고 예쁜 남매까지 갖추었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무지 행복하지가 않았습니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 못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잘 못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무료하고 건조한 일상의 사막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 탈출, 그리고 그 모험 속에서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나’를 만날 수 있는 레이스.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주 들르던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의 홈페이지에서 발견한 모집공지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눈만 뗄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온 몸의 신경이 일제히 그 문구를 향해 달려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계적인 신화학자 조셉 캠벨의 ‘영웅의 여정’을 모티브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작가이자 1인 기업가로 변신에 성공한 저자의 실제 변화과정을 기반으로 설계한 개인대학원이라고 했습니다. 말할 수 없이 매력적이었지만 그 과정에 요구되는 시간과 노력을 확인하고는 그 비현실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네 살박이 아들과 젖먹이 딸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 1년간 주 35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할 리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머리의 판단이었습니다. 아무리 달래고 또 달래도 몸은 막무가네였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일도 육아도 도무지 손에 잡히지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되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연구원 제도’라고 불리는 그 개인대학원의 응시원서를 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알았습니다. 이것을 바로 운명이라고 한다는 것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던 저는 앉은 그 자리에서 까페문을 닫는 그 시간까지 미동도 없이 원서를 써내려갔습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일을 위해 살아왔던 것처럼. 그리고 그 선택은 제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원서를 썼던 것치고는 운 좋게 합격했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일단 어떻게 과정을 이수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것인가가 가장 시급했습니다. 이전의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간 큰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육아휴직하고 직장대신 도서관으로 출근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가족들에게는 비밀이었습니다. 그렇게 뜻하지 않은‘영웅의 여정’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엄청난 모험은 점점 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만 하면 스승처럼 성공한 작가가 되는 줄만 알았는데 어이없게도 1년간의 과정이 다 끝날 무렵 저는 ‘작가’가 아니라 ‘엄마’로서의 소명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희미하게나마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누구를 어떻게 돕고 싶다는 건지가 분명하지가 않았습니다. 작정을 하고 휴직까지 하고 덤벼든 자기탐구였지만 좀처럼 그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습니다. 속이 타들어가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쩔 수 없어 감당하고 있던 ‘엄마’라는 역할이야말로 제가 꿈꾸던 ‘사람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의 자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제가 정말로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 여기서 내가 정말 해야할 일은 아이의 성장을 돕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전념하는 것임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버겁기만 하던 육아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하던 이 작은 깨달음으로 삶의 결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남몰래 기대했던 것처럼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것도 아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도 아니었지만, 더 이상 일상은 무료하고 건조한 사막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이 ‘살아있음의 경험’인가 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을 흠뻑 사랑하는 시간을 통해 꿈꾸는 새 삶을 일구는데 필요한 필살기까지 연마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고생마저도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보물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온 신화속의 영웅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기대했던 새로운 ‘직업적 성공’이라는 보물은 아니었지만, 오히려 더 값진 성과가 분명했습니다. 제 안의 알 수 없는 힘이 위험하고 두렵기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첫 번째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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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이런 모험의 경험 있으시겠지요? 그 모험으로 당신의 삶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지셨나요? 에고, 궁금해라~ ^^


아직 그런 경험은 못 해보셨다구요? 다음 시간에는 바로 그런 분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당신도 궁금하시다구요? 그럼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주도 기다려주실거죠? 저도 여러분과 다시 만날 일주일 뒤를 설레임 가득 안고 기다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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