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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나'를 만나고 싶은 욕망

아난다의 열여덟번째 화요편지

by 아난다

안녕하세요? 화요편지 애독자 여러분! ^^


지난 주 새 삶을 열고 첫 번째로 심은 기쁨의 씨앗을 찾았던 순간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씨앗이 싹을 틔우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야기는 다시 2010년 가을로 돌아갑니다. 황당한 발표 이후 오갔던 질의응답입니다.


윤정: 10년 동안 구체적으로 할 것 3가지만 꼽는다면요?


미옥: 그동안 제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삶이란 ‘나’라는 바톤을 기꺼이 맡길 수 있는 주자를 찾아내는 이어달리기 경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현재의 나를 쥐고 달려줄 주자가 ‘아이들’이라는 것도 함께요. 알게 되었으니 실천해야겠죠? 그래서 앞으로 10년은 아이들의 성장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 역할을 열심히 소화해 볼 생각이에요. 그런데 아직 구체적으로 3가지를 꼽을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큰 아이가 벌써 5세니까 지금쯤은 3단계 훈육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야 맞는 것 같은데 솔직히 1,2단계를 제대로 거쳤는지에 대한 자신이 없거든요. 당분간은 ‘엄마’로서의 자신을 좀 더 들여다보고 나야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을 듯 합니다.

역할발달단계1.PNG
역할발달단계2.PNG * 교육심리학 등 각종 문헌 종합

인건: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고자 기대하나요?


미옥: 무엇보다 저 살고 싶어요. 사람들은 말하죠. 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구. 저도 알아요. 하지만 부족함이 없다는 안도감만으로는 살 수가 없어요. 그보다 더 적극적인 삶의 이유가 필요하다는 거죠.


자크 아탈리의 <살아남기 위하여>를 읽으며 분명하게 깨달았어요. 저를 살아있게 하는 그 무엇은 ‘최고의 자기를 만나고 싶은 욕망’이었다는 것을요. 그런데 이런 욕망이 이미 제 자신의 일부로 느끼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괴로웠죠. 한때는 차라리 내가 없어지는 편이 모두를 위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까지 생각했던 적도 있었구요. 고백하건데 매우 최근까지도요.


최고의 내가 되고 싶은 욕망과 세상에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간의 대립이 그동안 제 갈등의 핵심이었어요. 저의 기쁨과 세상의 기쁨이 제로섬의 관계라고 믿었을 땐 사는 게 정말 너무나 힘들었죠. 제가 기쁘면 미안하고, 세상이 기뻐하면 억울했으니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겠어요?


그런데 지난 1월부터 9개월간 내 안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두 욕망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 둘을 적절히 배치해 경영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어요. 바로 이 욕망의 경영이야말로 한 인간으로서 제 삶을 일으키기 위해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할 핵심역량인 셈이지요. 그렇다면 ‘최고의 나를 만나고 싶은 욕망’과 ‘아이가 최고의 자신을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욕망’ 두 욕망이 충돌하는 ‘엄마’라는 현장은 이런 저를 위한 최고의 현장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니 어찌 있는 힘을 다해 충실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 남은 질문은 ‘어떻게’ 뿐. 바로 그 타이밍에 스승께서 주신 과제입니다.

10월 과제.PNG

동기들을 일제히 당황시켰던 황당한 풍광을 이루기 위해 저는 어떤 전략과 실천계획, 그리고 훈련장치를 고안했을까요? 그로부터 10여년이 흐른 지금 그 계획은 얼마나 구체화되어있을까요?


오늘도 어느새 한 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버렸으니,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 편지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부쩍 따사로워진 햇살이 달콤한 계절, 각자의 현장 만끽하는 한 주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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