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7년차 부부의 달콤살벌한 싸움의 기술

by 아난다

보낸 사람 : "Jin" 11.8.4 23:18:19



뭐 진짜 감동했다고 하니 나야말로 정말 감격했어. 그러나 내 메일이 스팸이 될 뻔했다니.


팀을 한두 번 옮기는 것도 아니지만, 옮길 때마다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네. 익숙해진 거 그대로 하면 경력도 쌓이고, 누구보다도 그 일을 잘 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내 선택에 후회는 없어. 그리고 당신이 시켜서 한 독일어도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고.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어느 한사람(아내, 남편)에게 기대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 무엇을 포기해야 할지를 잘 찾는 것도 훌륭한 삶을 사는 필수 조건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탈리아 여행 훈이랑 잘 갔다와.

많은 것 배우고,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것을 얻어와.




보낸 사람 : 미* 11.8.19 16:08:30


이 편지를 읽고 갔더라면 훨씬 마음 편히 다녀올 수 있었을 텐데...그러니까 화난 듯 보이던 당신의 표정은 순전히 내 마음의 작용이었던 셈이었네.


정말로 가고 싶던 여행이었지만 영이를 친정에 맡기고 돌아오는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거든. 그런데 집에 도착해보니 당신까지 부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게다가 늘 빈틈없던 당신이, 내가 그리 신신당부했던 여권을 못챙겼다고 했을 땐 솔직히 좀 섭섭하더라. 이 사람이 심통을 부리고 있는 거구나. 기왕 보내줄 거면 좀 기분좋게 보내주면 좋을 텐데..싶었던 거지.


작년 여행때도 우리 싸웠던 거 기억나? 여행준비로 바쁜 내게 빨래를 개놓고 가라고 억지를 부렸었잖아. 물론 당신이 정말 심통을 부렸다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당신만 놔두고 여행을 다녀온지 두 달도 채 못 되어 또 비행기를 타겠다고 우기는 내가 뭐 그리 예쁘기만 하겠어.


여행을 허락하면서 당신이 말했지. ‘안 보내주면 난동을 부릴 거잖아.’ 그래, 당신이 끝까지 반대를 했더라면 정말로 난동을 부렸을지도 모르지. 아니, 어쩌면 당신 몰래라도 비행기를 탔을지도 몰라. 그만큼 절실했던 여행이었으니까.


욕심이 많아서겠지? 당신이 내게 해준 배려가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를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조금 더를 욕심내게 되니 말야. 하지만 무슨 일을 하더라도 당신의 전폭적 응원 속에서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는 게 쉽지가 않네. 공항버스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당신을 보며 생각했어. 손이라도 따뜻하게 잡아주며 잘 다녀오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와 당신의 편지를 읽으니 내가 참 부끄럽다. 새 부서에 적응하느라 잔뜩 긴장하고 있을 당신의 입장은 생각도 않은 채 내 생각만 했으니 말야. 게다가 당신은 그 와중에도 당신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혼자 섭섭해 했으니...


그러고 보면 내가 알고 있는 당신은 진짜 당신의 아주 작은 조각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 바로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편지를 주고 받게 되었겠지? 점점 더 기대가 된다. 이 편지를 통해 우리는 서로의 어떤 모습들을 더 발굴하게 될까?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어느 한사람(아내, 남편)에게 기대하는 것을 포기함으로써 정말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돼. 그것을 잘 찾는 것도 훌륭한 삶을 사는 필수 조건이라는 느낌이 들어.


무슨 이야기부터 풀어가야 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실마리는 당신이 갖고 있었네! 역시 환상의 궁합이 틀림없어. 그치? ^^


당신은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당신은 나에게 무엇을 기대해?


그리고 당신이 나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서라도 얻고 싶은 행복은 어떤 모습이야?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훌륭한 삶의 필수조건이라고 했지? 바로 그것이 내가 무리인줄 알면서도 르네상스의 나라 이탈리아로 떠났던 이유였을거야. 물론 내가 이탈리아에서 찾아온 대답이 정답인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사랑과 삶에 대한 가슴속 그림이 점점 명료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하지만 우선 당신의 대답을 듣는 게 순서라는 생각이 드네.


그럼, 당신의 답장을 기다릴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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