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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Mar 03. 2024

시간에 관하여


1.

시간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몽골 여행 갔을 때 느꼈다. 맛집 투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박물관이나 관광지의 입장 시간을 챙겨야 되는 것도 아니다. 시계나 불가피하게라도 휴대폰을 볼 일이 없다.


고개를 처박고 휴대폰을 보며 돌아다니는 게 현대인의 보행 방식이지만, 그곳에서 나의 고개는 늘 전방과 하늘을 응시했다.


차를 타고 종횡무진하며 지평선을 향해 내달렸다. 말을 타고 초원을 달리고,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닐며 자연을 만끽했다. 밤에는 가만히 누워 은하수, 별자리, 떨어지는 별똥별을 바라보았다. 참으로, 시간이 더디었다.


2.

시간이 빠르다는 말처럼 상투적이고 뻔한 문장도 없지만, 매번 마치 처음 알거나 놀라며 이야기하곤 한다


'아니 시간 왜케 빠름???ㅋ‘


근데, '시간이 빠르다'. '시간이 안 간다'. '시간이 느리다'. '시간이 없다'는 병립할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이다. 시간은 10년 전, 현재, 10년 후 일정하게 흘렀고, 흐르고 있으며, 흐를 것이다. 지금 이 순간도 째깍째깍, 동일한 속도로 흐르고 있다. 그저, 시간을 대하는 내 마음만이 배속을 조절할 뿐이다.


0.5배, 0.7배 1배, 1.2배, 1.3배, 1.5배, 1.7배, 2배.. 10배


3.

이를테면, 별일 없이 반복되는 평일 5일은 시간이 5배 정도 빠르게 흐른다고 생각된다. 그 Time frame을 한 달, 한 분기, 반년, 일 년으로 확대시켜도 마찬가지다. 중복 횟수와 체감속도는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 왜케 빠름’이라는 입버릇은 더욱더 빈번하게 입가에 맴돌 것이다. 새로운 게 점차 줄어들고 대부분 이미 해봤거나, 해본 것들의 유사한 경험들의 범벅일 테니.


4.

시간의 속도에 대해 허망함을 느끼지 않으려면, 새로운 것을 하면 된다. 처음 운전면허를 딸 때, 처음 누군가를 사귈 때, 처음 해외여행을 갔을 때, 처음 돈을 벌어봤을 때. 처음은 어떠한 형태로든 재미없기 힘들다. 세상에는 여전히 처음인 것들이 즐비해있다. 그저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보다, 익숙한 것을 다시 선택하는 경향성이 강해질 뿐이다. 따라서 요즘 딱히 재미있는 게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은, 사실 자신의 생활반경과 관성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는 토로일 뿐이다.


다만 어릴 때처럼, 놀이터에서 미끄럼틀만 타도 재밌고, 단풍이 떨어지는 것만 봐도 웃음이 나지는 않다. 즐거움에 대한 역치도 같이 올라가서 새로움 그 자체를 좇는다고 마음이 쉽게 벅차오르거나 충만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움에 대한 피상적 탐닉이 아니라, 관성을 극복할 수 있는 의지와 적당한 책임이 수반되어야 한다. 책임 없는 쾌락은 이내 따분하고 지루하다. 생각만 했는데도 실제로 지금 하품이 나온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바, 바텐더, 칵테일에 대해 알지 못했다. 애주가도 아니었다. 그런데 몇 달 동안 거의 매주 바텐더 친구와 일을 하고 옆에서 보고 배웠다. 그리고 매주 다양한 분야에 있는 개성 있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자리를 만들었고 수십 명의 사람들과 조촐하게 파티도 했다. 모든 게 재미있었다. 해보지 않았던 것이니까. 그리고 그 과정은 단순 체험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로의 개입과 관여였다. 그리고 이 여정은 이미 내 삶의 한 부분이 되었으며, 어떠한 형태로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져다주었다.


5.

제한된 시간 속에서 강박적으로 시간을 활용해서 무엇을 하고, 성취하려는 욕심은 풋내기 시절, 인생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때의 어리숙함이었다. 시간은 전적으로 내 손아귀에서 통제되며, 시간의 속도는 늘 내 마음이 배속을 자체 조절할 뿐이다.



-이상 3일 연휴를 보낸 직장인의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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