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무새를 싫어한다
1.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이 있다.
사실, 모든 것을 좋은 것으로 퉁치는 마인드셋이 늘 환영받는 마인드는 아니지만, 좋은 건, 포괄적으로 좋은 것이라고 획일화시켜도 크게 무리는 없다는 생각이다. 근데 나쁜 건 단선적으로, ‘나쁜 게 나쁜 거지’하고 퉁칠 수 없다. 꽤나 세부적이고 지엽적이며 나쁘게 된 계기와 경위와 파급효과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으면, 내가 좋은 감정이 들면, 좋은 경험을 하게 되면, 가타부타 글로 길게 풀어쓸 게 없다. 그 순간을 만끽하고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겼다면 나중에 곱씹는 게 전부다.
모든 좋음은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즐거움, 기쁨, 환희, 행복 등을 굳이 분별할 필요가 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반면에, 나쁨은 서로 몹시 다르다. 분노, 우울, 후회, 증오, 미움, 좌절. 나쁜 게 나쁜 거지라고 퉁칠 수가 없다. 그래서 글로 풀어쓸 게 많다. 자신의 감정을 분별해 내고, 일련의 사건들의 상관관계를 찾아보거나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검증하게 된다.
2.
재밌는 것은 좋은 감정, 대표적으로 ‘행복’이라고 일컫어지는 이 단어는 굳이 타인과 공유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반이 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대로 해석하는 게 대체로 맞아떨어진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를 하고, 슬픔을 나누면 내심 좋아하더라. 사람 마음이라는 게, 가족이나 한 손에 꼽을 몇몇의 관계 아니면 대체로 그렇더라. 반박 시.. 내가 꼬인 사람으로 할게.
어쨌든, 좋은 감정, 좋은 일, 행복한 일은, 불특정 다수나 친구 등 제3자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내 속에서 그 감정들이 잘 보존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내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누군가에게 비치거나, 그것을 확인받고 싶어 하거나, 행복에 대해 조금이라도 강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역설적으로 그 사람은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행복은 누군가에게 확인이 필요 없다. 결재라인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3.
그래서 나는 평소에 행복무새들을 보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행복에 대해 쫓기고 있다고 보인다. 정작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행복을 인정받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4.
무소식이 희소식임
행복을 좇으려 하나, 대부분은 행복에 쫓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