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el 1, October 21, 2025
'전통 금융(TradFi) vs. 탈중앙화 금융(DeFi)'.이 두 거대한 시스템의 완전한 융합은 언제쯤 현실이 될까? 우리는 흔히 이 두 시스템을 서로를 대체할 대립 관계로 인식해왔음. 한쪽이 승리하면 다른 한쪽은 사라질 운명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도.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는, 파괴나 대체가 아닌, 두 시스템의 '융합(Convergence)'이 바로 핵심 화두였음.
(19) Payments Innovation Conference: Panel 1, October 21, 2025 - YouTube
연준이 이 컨퍼런스를 연 목적은 단순한 관찰이나 규제 논의를 넘어서서, 금융 인프라와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효율성 개선을 위해 TradFi와 DeFi가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직접 살펴보고 정책적 시사점을 모으려는 데 있었을 것임. 연준은 중앙은행으로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신뢰 유지가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위험요인(예: 결제·청산 리스크, 규제 공백)과 효용(예: 속도·접근성·자동화)을 동시에 점검하고, 규제·인프라 설계 방향을 모색하는 것.
예상과 현실 사이에 시차는 있겠지만, 융합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중추적인 역할을 할것인지? 생각해보면 좋을듯.
이 역사적인 논의의 장에서 나온 미래 금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5가지 핵심 인사이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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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짜 장벽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DeFi 도입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일까요? 대부분 기술적 한계를 떠올리겠지만, 컨퍼런스에 참여한 패널들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답함. 진짜 문제는 전통 금융 기관 내부의 '지식 격차'와 '실행 속도'에 있음.
기존 금융기관의 업무처리속도에 대해 이골이 난 경험을 리테일 서비스 단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금융권에서 일을 해보면 이 '실행 속도'가 얼마나 더딘지 체감하는 경우가 잦음. 기본적으로 규제 산업이기 때문에, 규제가 있어야 비로소 업무가 가능해지는 구조인데, 규제가 새롭게 정립되고 기존의 규제를 변화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림. 그리고 금융에서는 안정성이 1순위의 가치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검토라는 명분으로 새로운 지식과 기술에 대해서 조차도 완강한 거부를 자주 보임.
어쨌든, 핀테크와 암호화폐 기업들에게 결제, 송금 등 핵심 금융 인프라를 제공하는 Lead Bank의 CEO 재키 리서스(Jackie Reesus)는 이 문제를 명확히 지적함. 전통 금융 기관의 핵심 팀들은 블록체인 기반 상품의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리스크를 판단할 지식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함.
더 심각한 것은 속도의 불일치임. 은행의 변경 관리 주기가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는 반면,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포크가 발생해 60분 안에 모든 노드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짐.
왜냐하면 이더리움은 특정 프로토콜 변경(하드포크)이 일정 시점에 발효되면, 여러 독립 노드·클라이언트가 그 시간 안에 새 소프트웨어로 맞춰야 네트워크 전체 합의가 깨지지 않기 때문임. 이는 개발자·클라이언트·커뮤니티 합의 위주로 기술적 결정이 이뤄지기에 단시간에 가능한 것이고, 중앙화된 승인이 있는 은행과는 의사결정 경로가 다름. 이러한 극단적인 속도 차이는 수십 년간 유지된 조직 문화와 느린 의사결정 프로세스로는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현실임. 리서스 CEO의 한 마디는 이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줌.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역량의 문제입니다."
이러한 내부 역량의 한계는 단순히 DeFi 도입 속도만 늦추는 것이 아님. 디지털 자산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인 '자산 보관' 방식조차 전통 금융의 직관과 충돌하며 또 다른 학습 곡선을 만들어냅니다.
2. '자산 보관(Custody)'의 개념이 완전히 재정의
전통 금융에서 '커스터디'란 은행 금고에 실물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을 의미함. 하지만 블록체인 세계에서는 그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름
디지털 자산 인프라 기업 Fireblocks의 CEO 마이클 샬로브(Michael Shalov)에 따르면, 블록체인에서의 커스터디는 자산을 직접 저장하는 행위가 아님. 대신, 자산을 이동시키는 명령어인 '개인 키(private key)', 즉 일종의 '비밀번호'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관리하는 것이 핵심임.
나아가, 하나의 개인 키에 의존하는 대신 여러 당사자의 서명이 동시에 필요한 다자간 컴퓨팅(multi-party computation, MPC) 같은 기술이 등장했했음. 이 기술은 사이버 보안, 거래 상대방 리스크, 운영 리스크 측면에서 전통적인 단일 서명 방식보다 훨씬 높은 resiliency를 제공함. 이는 단순한 이론이 아닙니다. 샬로브는 MPC 기술이 "암호화폐 공간에서 수많은 재앙적인 도난 사태를 막았음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강조하며, 이미 전장에서 검증된 기술임을 분명히 했음.
3. 상호운용성,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은 단순히 여러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기술적 문제로 여겨지곤함. 그러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다차원적 과제임.
블록체인 오라클 기업 Chainlink의 공동창립자 세르게이 나자로프(Sergey Nazarov)는 이 문제를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함
1. 기존 시스템과의 동기화: 첫 번째 문제는 은행의 기존 백엔드 시스템, 데이터 소스, 그리고 스위프트(Swift)와 같은 메시징 표준을 블록체인과 완벽하게 동기화하는 것. 이 시스템들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고도로 규제되고 법적 요구사항을 충족"하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버릴 수 없음.
2. 체인 간의 연결: 두 번째 문제는 수많은 퍼블릭 및 프라이빗 블록체인들로 인해 조각난 자본을 원활하게 연결하는 것. 체인이 많아질수록 자본은 고립되고 시장 성장은 저해됨. 특히 자본 시장에서는 단순히 시스템을 연결하는 것을 넘어, 발생하는 모든 거래가 회계, 컴플라이언스, 규제 등 복잡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하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강조함.
이처럼 복잡한 기술적, 절차적 상호운용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DeFi 진영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의 진화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전통 금융을 파괴하는 대신, 그들을 위한 '맞춤형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4. '규제된 DeFi(Regulated DeFi)'의 부상
DeFi는 본래 '허가가 필요 없는(permissionless)' 자유로운 금융을 지향했했음. 하지만 놀랍게도, DeFi 생태계는 이제 규제된 자본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스스로 '규제 친화적인 별도 버전'을 만들고 있음.
나자로프는 대표적인 DeFi 프로토콜인 Aave가 기관 투자자들을 위해 만들었던 'Aave Arc'가 'Horizon'으로 발전한 사례를 언급했음. 이는 기존 DeFi 프로토콜을 바꾸는 것이 아님. 대신, 기관들이 요구하는 신원 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같은 컴플라이언스 요건을 충족하는 별도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참여할 수 있는 '병렬적인(parallel)'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임.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급진적인지는 그의 소회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년 전에 누군가 저에게 연준에서 규제된 DeFi에 대해 논의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로, Defi생태계에 그동안 정체되어있던 부분이 봇물 터지듯, 빠른 속도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
5. 토큰화 예금의 숨겨진 걸림돌: 책임 소재
스테이블코인과 함께 차세대 디지털 화폐로 주목받는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s)'은 엄청난 잠재력을 지녔지만, 특히 퍼블릭 블록체인 위에서 사용될 때 중대한 법적, 규제적 문제에 직면함.
먼저 BNY의 제니퍼 바커(Jennifer Barker)는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히 함. 토큰화 예금은 '은행 안의 현금'(은행 예금의 디지털 표현)인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밖의 현금'(담보 기반 자산)임. 핵심적인 문제는 Fireblocks의 마이클 샬로브가 지적함.
J.P. Morgan 코인처럼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의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상황이 다름. 은행이 발행한 토큰화 예금이 은행 시스템을 벗어나 제3자에게 이전되었을 때, 만약 사고가 발생한다면 은행의 법적 책임(liability)은 어디까지일까?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규제적 해답은 아직 없음. 이것은 기술적 문제가 아닌 순수한 규제의 공백이며, 현재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토큰화 예금 프로젝트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
결론: 미래를 향한 질문
미 연준 컨퍼런스에서 드러난 진실은 분명함. 전통 금융과 DeFi의 관계는 '대결'에서 '협력'과 '융합'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 전통 금융의 안정성과 규모, 그리고 DeFi의 효율성과 투명성이라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여 더 나은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 펼쳐질 미래임.
하지만 이 길은 결코 순탄치 않습니다. 은행이 필요악으로 여기는 '거래 취소(revocable)' 기능과 블록체인의 핵심 철학인 '불변성(finality)'이 충돌하는 것처럼, 두 세계 사이에는 아직 메워야 할 깊은 철학적, 문화적 간극이 존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