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은 유동성
1.
지난 10년을 돌이켜봤을 때,
어제라고 기억이 선명한 것도 아니고,
수 년전 기억이 더 희미한 것도 아니다.
대체로 깊숙이 각인된 것들은 첫 경험이거나,
옅어진 첫 기억 위를 덧칠하는 진한 기억들이지 않을까.
여러기억이 스친다.
도서관에서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공부하던거,
독일의 시골 어느 술집에서 만난 아저씨들이랑 놀때,
성과급 터졌을 때 형이랑 이태원에서 먹었던 맥주,
몽골 초원 위에서 맞이한 생일,
군대에서 순찰 돌며 바라본 밤하늘,
좋아했던 사람과의 데이트,
친구랑 삶의 의미에 대해 하루종일 토론했던 날,
어머니와 일본의 어느 고즈넉한 공원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때,
할머니댁 뒷동산에서 사촌들이랑 뛰어 놀던 기억들,
사업하겠다고 설치며 회의하고 에너지 쏟아붓던 나날들,
지금은 끊었지만 회사 앞에서 야근하다 나와 담배피며 마천루 빌딩볼때.
과거는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선형적이지도 않고
규칙도 없다.
이따금 그런 기억들을 곱씹다보면
피식하기도, 괜히 가슴이 아리기도 하다.
그러다 새벽에 노래라도 곁들이면 멜랑꼴리하다.
오늘은 눈까지 오네.
내게 '과거에 산다'라는 말은
아쉬움보다는 애틋함에 가깝다.
그때 참 좋았는데 ㅎㅎ
뭐, 너무 아련해지지 않더라도,
모든 부모는 아이의 5년을 곱씹으며
평생을 살아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누구나 과거에 살 때가 있기 마련이다.
2.
과거 좋다.
근데 과거는 과거일뿐이다.
또 현재를 살아야지. 미래를 준비해야지.
근데 이거 뭐, 어떻게 살아야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이직할까? 퇴사할까? 그냥 다닐까? 사업할까? 무슨 아이템? 리스크 크지 않음? 남들 그만두는 데 이유가 있음, 요즘 경쟁 빡센데, 시간낭비, 성공가능성, 나이도 좀 찼지 않음? 그러게.. 디지털노마드 많다던데, 유튜브? 인플루언서, 스마트스토어? 뭐먹고살지? 어차피 다 대체되지 않음?
질문세례를 받다보면,
주저 않게 된다.
전투력 다 깎이고,
그냥 책 읽고 글 쓰며
문학소년처럼 살고 싶어진다.
다 맞다.
핏대 세우고 반박할 논리도 없다.
세상의 변화속도는
이미 인간의 지능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인공지능 박사 하고 메타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도 무력감을 느끼더라.
세계 석학들도 AI 앞에서
비슷하게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그런데, 나 같은 범인이 뭐 대안이 있겠냐.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ㅎㅎ
정량적인 계산법과 미래에 대한 추정은 얼마든지 체계적으로 짤 수 있다.
어느덧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이 된
엔비디아를 투자하고 얼마뒤,
-40%까지 꼬라박는 날 추매를 했다.
그리고 한 동안 더 빠지더라
그날 밤이 선하다.
그때의 갑갑함...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기에
리포트도 많이 읽고
공대 친구들한테 물어보며
공부도 많이 했지만,
대마불사라는
허수아비 같은 신념만 가졌던 걸까?
고꾸라지는 가격 앞에
강한 conviction도 휘청거렸다.
월가에서도 억까를 하고,
뉴스에는 온통 고평가 논란이
헤드라인을 잠식했다.
결과적으로,
그 회사는 내게
10배의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나는 그때 엔비디아 가 이정도로 AI Value chain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을까?
사후적으로 포장해서 말할 순 있겠지.
그렇지는 않다.
(투자 이야기는 따로 또 하려한다)
그저 비가역적인 시대흐름에서 핵심적 제품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그래서 손절도 익절도 빠르게 하지 않았다.
100% 확신? 없었지..
이런저런 재무데이터와 사업계획도 좋은 근거지만,
결국,
시대의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직관적 판단이 7할아닐까.
어찌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된 운칠기삼.
경제적 자유 이룬 거 아니고,
그냥 가족들 백화점 가서
선물 하나씩 사줄만큼 벌었습니다.
3.
회사를 나왔다. 청사진이 있냐고?
없다.
답을 알면 제발 알려주라.
시대 흐름에 발맞춰 대응하는
능력자들과 팀을 꾸리고
다시 의기투합해보는 것,
이것저것 또 해보려고 할 뿐이다.
그냥 이제는,
울타리 안에서 변죽만 울리고
빙빙 돌며 알멩이 없이
떠드는 이야기 하는 사람 말고,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움과
실제 '매출'을 일으키는 사람들,
야생에서 제로투원 하는
실력자들과 어울리고 싶다.
이러다 꼬라박을 수도 2배갈수도,
다시 -40%갈수도, 10배갔다가
반토막 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극현실주의자인 나는,
이번에도 꼼꼼히 Due Dilligence를 이행하며
이번 선택의 시나리오들을 다각도로 살펴봤다.
내가 인생과 투자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 중 하나는 유동성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시대 흐름은 '자립'이다. 피고용인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 독서, 팟캐스트 등 직간접적 경험을 토대로 한 결론.
"왜 지금인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왜 여전히 망설이는가"로 되묻고 싶다.
물론 모두의 선택을 존중한다.
객기 부리는 중이니 그러려니해주라
https://youtu.be/BAzhMPJjd5Q?si=BAUHGVGluyVjYL3s
세상을 헤드라인과 썸네일로만 읽지 않으려 한다.
혹자는 이 세상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시대/양극화 등의
디스토피아로만 묘사하지만,
그것을 전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세상은 입체적이고 다면적이다.
나는 지금 시대를 제2의 르네상스처럼,
인간의 이성이 AI와 융합하여
꽃피우는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기회의 시대로 인식
하고 그 부분에만 집중하려 한다.
2025년은 어려운 시대다.
살기 어렵다.
쉬운 거 하나 없다.
그럼에도, 냉소적 낙관주의자인 나는,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지만,
인류사는 늘 변증법적으로 발전해왔다고 여긴다.
늘 이전 세대를 떠올린다.
아버지 세대는 군부독재와 IMF를,
할아버지 세대는 6.25전쟁을,
조부모님은 일제강점기를 겪으셨다.
100% 확신 같은 거
가져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유일한 미래는,
한 치의 오차 없이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 26만여명이 태어났고..
12만 여명이 죽었다..
죽음이라는 확정적 미래 외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이다.
죽음에 대한 고찰은 허무주의가 아니라,
자질구레한 두려움에 연연하지 않게
만드는 것에 있다.
51%면 일단 가는 거다.
무엇이 두려운가?
갈지자를 그리며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소년처럼,
넘어질듯 안넘어지듯 휘청거리며 타는 것을 선호한다.
넘어지면, 아 스바.. ㅈㄴ 아프네ㅎㅎ 하면서 털고 일어서면 되지 않는가.
그냥 그렇게 사는거여.
지나고보면 다 그저 수많은 기억의 조각이다.
모든 에너지를 쏟고 몰입할 때,
비로소 새로운 지평이 열린다.
지금 시대가 어디로 흐르고 있냐고,
어떤 결정도 흐름을 거스르면 쉽지 않아진다.
Go with the flow!
https://youtu.be/ySeMzzvPVxk?si=c7iiqCBidq_l3MZ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