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불과 1~2년 전만 해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혁신, 토크니제이션, 디지털 자산 규칙” 같은 단어를 긍정적으로 언급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게리 겐슬러 체제의 SEC는 대형 거래소를 고소하고,대부분의 토큰을 증권으로 간주하며, 크립토 산업과 끝없는 법적 충돌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5년, 분위기는 급격히 달라졌다. 새 SEC 의장 폴 S. 앳킨스는 취임 직후부터 새롭게 크립토 발행·커스터디·거래 규칙을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토크니제이션은 임박했다”고 말했으며, 혁신 면제(innovation exemption) 도입까지 언급하고 있다.
US SEC chair says agency plans to create new rules for crypto tokens | Reuters
폴 앳킨스는 원래부터 과도한 규제에 비판적이고 비용 대비 효익 분석을 중시하고 시장 기반 혁신을 선호하는 친시장적 성향으로 유명했다. 2025년 취임 이후 그는 크립토 발행/보관/거래 규칙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토큰의 분류(토큰 택소노미)를 추진하겠다고 했으며 디지털 자산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형 면제조항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하물며, 로빈후드가 EU 고객에게 제공하는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혁신적이라고 평가하고, SEC도 이런 움직임을 방해가 아닌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것은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SEC의 태도가 변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SEC가 토크니제이션에 호의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엔 여러 요인이 존재한다.
1. 규제기관 관점: 블록체인은 ‘감독하기 쉬운’ 인프라다.
실시간 보유현황/변경 불가능한 거래 내역/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한 자동 규제 준수/모든 자산 이동을 온체인에서 추적 가능하다. EU가 DLT 파일럿 레짐을 만든 이해도 바로 이 점이다.
2.정산(세틀먼트) 혁신: T+1에서 T+0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길
2024년 미국 증시는 T+1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브로커/커스터디/DTCC/청산기관 등 수많은 중개 단계를 거친다. 토크나이제이션은 정산을 실시간(T+0)에 가깝게 줄이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담보 이동도 효율화한다.
싱가포르는 이미 토큰화된 MAS 채권, 토큰화 예금, 도매형 CBDC를 활용해
거래·대출·FX 결제를 실험하고 있다.
MAS-led Project Guardian adds five more pilots in asset tokenisation | The Straits Times
3. 국제 경쟁: 미국은 현재 ‘뒤따라잡기 모드’
이처럼 ‘블록체인이 규제 효율을 높인다’는 특성은 미국만의 판단이 아니다.
이미 주요 금융국들은 토크나이제이션을 제도 혁신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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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표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미국은 규제 프레임워크보다 민간 시장이 먼저 움직였고, SEC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라는 점이다. 이 흐름에서 뒤처지면? 국채·MMF·채권의 글로벌 수요가 해외 시장으로 분산되고, 미국 금융 시스템의 표준(스탠더드) 지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
앳킨스 체제는 이 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즉, 토크나이제이션은 ‘새로운 규제 대상’이 아니라, SEC가 이미 잘 다룰 수 있는 기존 증권체계의 연장선에 불과하다. 그래서 SEC는 이 영역에선 공격적 집행보다 제도적 수용에 훨씬 가까운 태도를 취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미국 SEC의 토크나이제이션 행보는 단순한 유행 추종이 아니라 금융 인프라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구성하려는 중장기 전략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인프라를 실제로 구동할 플랫폼은 무엇이 될 것인가?
현 시점에서 보면,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는 분명 이더리움이다.
이미 주요 토큰화 프로젝트 상당수가 Ethereum/EVM 위에서 진행되고 있고
스마트컨트랙트, 토큰 표준, 개발자 생태계 측면에서 다른 퍼블릭 체인보다 앞서 있으며
L2/롤업을 통한 확장 전략도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토큰화 시장이 커질수록 이더리움 기반 인프라의 활용도도 함께 커질 가능성 은 충분히 합리적인 가정이다. 다만, 이것이 곧 토큰화 = 이더리움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금융기관이 프라이빗 체인이나 컨소시엄 체인을 선택할 여지는 여전히 크고, EVM을 쓰더라도 반드시 ETH 토큰이 가치 포착의 중심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장기적으로는 여러 체인이 역할을 나눠 갖는 멀티체인 구조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이더리움은 토크나이제이션 시대에 가장 높은 초기 점유율과 기술적 준비도를 가진 후보이지만, 그 지위가 잠정적이라는 전제를 함께 두는 것이 균형 잡힌 해석일 것이다.
투자 관점에서 이더리움은 토크나이제이션이라는 비가역적 흐름이 실제 온체인에서 구현될 경우, 그 인프라 성장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대표 자산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프라 선택이 어떻게 재편되는지,규제기관과 기관투자자가 퍼블릭 체인과 프라이빗 체인을 어떤 비율로 혼합할지, L2·롤업 구조에서 가치 포착 메커니즘이 어떻게 설계되는지 이 세 가지는 앞으로 계속 검증해야 할 열린 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