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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Nov 04. 2023

인스타 스토리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은 인간은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고 싶어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 '스토리'를 활용한다.



1.

그런데 인스타 스토리는 영.. 찝찝하다. 이를테면, 오프라인에서 감정을 나누려면, 기쁨이든 슬픔이든, 듣는 사람도 감정의 여력이 있어야 된다. 반면, 스토리는 다수를 대상으로 하니, 굳이 누구를 특정해서 감정의 여력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오프라인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공유자 입장에서는 효율적이지만, 공유시점에서만 보면 우선은 감정의 배설에 가깝다. 이번에는 이 사람이, 다음에는 저 사람이, 여럿 중 감정에 여력 있는 사람이 나서서 공감이 후행하길 기다릴 뿐이다.


2.

그런데 당신은 스스로의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인가? 기쁨과 슬픔을 수치화해 1이라고 가정했을 때, 기쁨을 타인과 공유하여 '2'로 만들기 전에, 슬픔을 타인과 공유하여 '1/2'로 만들기 전에, 기쁨과 슬픔 1 자체를 혼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감정을 혼자서 느껴야만 한다는 '당위'를 논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다운 욕구의 발현이다. 그저, 오롯이 자신의 감정을 만끽하고 때로는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는지를 질의하는 것이다.



3.

인스타 스토리에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사람을 보면, 피상적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이지만, 스스로의 감정을 ‘타인의 시선과 인정’ 없이는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점입가경인 것은,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적 불완전함을 광고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유형의 사람을 실제로 만나면, 괜히 ‘어... 이 사람은 이것도 스토리에 올리려나?'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무언가 부자연스럽다. 설령 스토리에 올리지 않게 되더라도, 그건.. 본인이 대외적으로 비치고 싶은 일상의 단면이 아니라는 것을 은연중에 상대에게 느끼게 만든다. 꽤나 계산적이다.



4.

스토리는 오프라인 만남까지 경계를 침범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누굴 만나서도 그 순간을 온라인 공간에 공유하고, 누군가가 읽었다는 표시, 좋아요, DM을 통해서, 다른 공간에 있는 타인의 ‘확인을 확인’한다.


만나면 서로 스토리 확인만 하고 있다. 어~ 이거 좀 올릴만하네 찰칵, 어 이거 올리면 반응 좀 오겠네 찰칵. ‘나 지금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있고, fancy 한 곳에 있다’ 지금 당장 강남이나 이태원 힙한 술집 가보면 절반은 스토리 누가 누가 새로 읽었나 스크롤 오르락내리락 중이다. 코미디는, 스토리 올릴 때 타깃하는 사람은 따로 있음. 나머지는 병풍이지. 이미 스토리에 감정의 볼모로 잡혀, 타인 없이는 감정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것이다.



5.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서도, 다른 공간에 있는 누군가가 나의 현재를 확인해 주는지 계속 의식하는 것. 이걸 새로운 문화로 볼 것이냐, 기술이 불러온 폐해로 볼 것이냐는 각자의 판단이다.


다만, 시대마다 주류 사상이 있고 시대적 분위기도 있지만, 역사를 공부하면 어떤 시대는 그 자체가 병들어 있기도 하다. 그런 맥락에서, 내 눈에는 소셜미디어가 가져다준 편리, 효율, 생산성의 한계효용은 급감했고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큰 것 같다.



6.

이 새끼는 지도 인스타에 글 쳐올리고 스토리도 올리면서, 왜 주말에 발작이지?라고 받아들여도 좋다. 남들과 다르다며, 고결한 척 구는 게 아니다. 소통이라는 미명 하에 작동하는 기술에 대한 개탄이다. 나는 소셜미디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는 시대흐름에 올라타기 위한 대처이지, 어두운 면까지 포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에 진입할 때는 분명한 목적과 내가 설정한 페르소나를 명확히 하여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기준과 원칙 없이 자신을 전시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 잠식되고 소모될 뿐이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 주위에는 없다. 이미 언팔했거든.



7.

혼자서도 각자의 감정을 만끽하고 감내할 수 있는 사람만이 인생을 향유할 수 있다. 나아가 타인과도 진실되게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 망망대해 같은 온라인 공간에, 누군가에게 닿을지 모르는 편지를 호리병에 담아 띄워보낸다.(새벽갬성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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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스토리 올린 거 부러워서 억까하는 방구석 키보드워리어였음. 미안한데 나도 태그 좀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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