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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an greene Oct 03. 2023

오늘의 일기

제목 :  내 거 해야지

최근에 ‘그 사람’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누구 이야기인지 아시는가?



1.사람을 찾습니다



‘그 사람’ 이야기는 정말 오싹했다. 인상착의도 모르나, 들은 이야기를 간단히 전하면, 그 사람은 회사로부터 벗어나면 스스로 대단한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현재 회사에서 본인의 역량이 온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처우를 받는 것이 정당한 것이라고도 믿고 있다고 한다. 여생을 현재의 회사에서 썩어야 된다는 절망감 때문에, 주변인들에게 한탄하며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자꾸 ‘내 거(=내 꺼)’를 해야겠다고 한다나 뭐라나…



근데 난 그 사람의 신변이 걱정 되는 게, 누가 그 회사를 계속 다니라고 협박하고 있거나, 회사로부터 약점이 잡혀 모종의 노예계약을 맺고 있지 않는 이상, 스스로 ‘내 꺼’하겠다고 주장만 하면서 그곳에 머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조직에 속해 있는 것은, 스스로 노트북을 열고 지원하기 버튼을 누른 그 사람의 손가락이며, 면접에서 열의를 비춰서 입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그 사람의 입이며, 매일매일 그 조직으로 걸어가는 것은 그 사람의 두 발일텐데, 그 누구도 그 사람의 퇴사와 이직을 막지 않을 것인데, 이상하고 기묘해서 경찰에 신고해야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오지랖인 거 아는데, 그 사람보면 꼭 연락 부탁드린다.



2. 안 하는 거 맞나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과, 할 수 없어서 못하는 것은 천지차이인데, 현상이 같기 때문에 이 둘을 분간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내 꺼’는 결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내 꺼 하고 싶다’라는 바람은,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 듣지 않고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또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에 불과한 것이지, 실제로 내 꺼를 ‘할 수 있다’는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은, 제3자가 모든 인프라를 구축해서 ‘그래 네 꺼 해봐’하고 시켜줘도, 막중한 책임감을 견디지 못하고 내뺄 게 분명하다.



관점을 바꿔서, 당신은 지금 소속되어 있는 곳에서 인정받고 있는가? 지금 당장 제3자가 회사로 전화해서 레퍼런스를 체크 했을 때, 당신이 능력있는 사람임을 주변인들이 보증해준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내 꺼를 시작하겠다는 최소한의 전제는, 현재 소속되어 있는 곳의 동료로부터 본인 이름 석자를 들었을 때, 큰 이견 없이 인정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정된 역할’에서조차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는데, 내 꺼를 한다는 것은 착각이고 망상이다.



내 꺼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출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도 결코 허투루 보내지 않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정작 내 꺼를 하게되면 신경쓰고 관리할게 많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내 꺼를 해봤다가 실패 해본 사람들(나 포함)은, ‘내 꺼 하고 싶다’라고 입만 터는 게 얼마나 세상 물정 모르고 지껄여대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내 꺼를 하게 되면,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더 많이 하게 되고, 또 듣게 되며, 돈을 다 잃을 수도 있다. 그들의 누리는 자유와 행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3.사람 관리



내 꺼를 하려면 혼자 개척하고 성과를 낼 수도 있지만, 결국 사람을 활용할 수 있어야 된다. 사람을 관리하게 되면서, 다양한 역학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갈등을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된다.



대학 때, 조장이 돼서 조모임 하나 이끄는 것도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이를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것은, 창업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절과 직접 창업을 했던 시기, 장교로 군생활을 하면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백여명을 직접 지휘했던 경험이다. 누군가를 관리하고 공통된 목표를 위해 진력하는 과정, 나아가 이를 통해 돈을 번다는 것은, 지난하며 고단하고 외로운 길이다. 그래서 1000명 중 900명은 결국 입만 털고 시작 하지도 않는 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100명 중 90명은 역량 부족으로 중도포기하고, 나머지 10명만이 내 꺼를 영위해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당신 주변에 평범한 외모의 친구가 ‘나 연예인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라고 이야기했을 때 당신 마음에 솔직히 피어오르는 생각이, ‘내 꺼 할 수 있는데 안 하라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을 봤을 때, 내가 드는 솔직한 감정이다. 그니까 내 꺼하겠다는 말은 일기장에나 써라.



2023.10.03(화) 15시 날씨 흐림


오늘의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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