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13
‘어째서 이런 게으른 글에 구독자가 82분이나 계신 걸까?’
어느새, 6시만 되어도 급하게 어두워지는 계절이 되었다.
마지막 일기를 쓸 때는 8시가 넘어야 어둑해지기 시작했던 계절이었다.
일기를 한참 밀렸다.
밀려도 너무 밀렸고 미뤄도 너무 미뤘다.
하지만 이건 방학숙제도 아니고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거나, 빨리 쓰라며 채근하는 선생님도 없으니 계속 덮어뒀다.
계속 미루고 외면했다.
일기는 어쩔 수 없이 쓰는 이의 감정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감정을 토로하고 싶어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내 감정이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그랬다.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읽는 이에게 내 감정이 조금이라도 묻어날까 봐,라는 핑계를 대본다.
오랜만에 만난 사이끼리 늘 그러듯, 내 근황을 말해볼까 한다.
나는 그동안, 올리던 여행 브이로그를 마쳤고, 미뤄오던 친구와의 강릉여행을 다녀왔고 (무려, 알게 된 지 10년 가까이 된 친구와 첫 여행)
그림 모임 사람들과 성수에서 함께 그림 단체전을 마쳤고, 동생들과 함께 오사카 여행에 다녀왔다.
그리고 계속 미루고 미루던 사이버대 복학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제적될 상황)
복학해서 수업 듣고 과제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다니던 아르바이트에서 성수기가 끝났으니 그만 나와도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잘해줘서 나중에 손이 필요할 때 또 연락해도 되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퇴출된 것. (진실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일찍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처럼 막상 키패드를 두드리다 보니, 할 말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도, 헤어짐이 있어야 다음 만남이 있지 않을까?
이만 줄인다.
<의리를 지켜준 구독자님들께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