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매력은 집사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고양이를 찍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길 고양이들은 재 빠르고 쏜살같아서 아이컨택을 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경계심이 많아 금세 자리를 떠버리곤 한다. 고양잇과의 야생의 습성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일 것이다. 이런 고양이를 얼마 전 입양했다. 전형적인 우리나라 길 고양이, 게다가 블랙 색상의 앙큼한 녀석이다. 시골 5일장에서 고양이를 판매하고 있던 상인이 그냥 가져가라고 갑작스레 안겨준 녀석.
이제 집사가 된지도 어언 4개월. 집사만이 찍을 수 있는 고양이 사진을 4개월간의 기록으로 남겨보았다.
처음 데리고 왔을 때의 모습. 과연 이것이 고양이인가 싶을 정도의 털 한 뭉치를 뭉쳐놓은 듯한 모양새를 띄고 있었다. 흰색 털이 간간히 섞여있는 검은색. 제대로 걷지도 못해 아장 대며 걸음을 옮기던 모습이 선하다. 유튜브에서 고양이 수면 음악을 틀어주면 10초 만에 잠이 들곤 했었다.
한 달 여가 더 지났을 때의 모습. 이제 겨우 소리를 내던 시절. 호기심이 많아 무엇이든 물고 뜯고 돌아다니던 시절이다. 하지만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던 시간이 더 많아 어디 아픈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주던 때이다.
두 달째. 이제 조금씩 보금자리에 적응해 가던 시기. 장난감을 던져주면 조금씩 흥미를 가지며 앞발로 이리저리 돌려보던 시기였다. 이 날은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연신 감기는 눈을 주체하지 못하다가 카메라 셔터 소리에 살짝 눈을 떴다.
이제 누워서 깨워도 잘 일어나지 않고 눈만 빼꼼히 떠서 주인을 바라본다. 왜 귀찮게 자꾸 깨워.라고 이야기하는 눈빛. 어느 정도 친해지지 않으면 촬영할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느 순간부터 화장실에 꽤나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물 내리는 소리가 신선했나 보다. 끊임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 하며 이 신기하고도 신기한 샘을 주시한다.
이 날은 어디가 아픈 건지 먹은 것을 다 토해내고 힘없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사료밖에 준 것이 없는데, 뭔가 이상한 것을 먹은 것은 아닐까 싶어, 다음 날 병원을 데려갈까 하고 있었는데, 다음 날 생각보다 쌩쌩하여 그냥 넘어갔던 날.
처음으로 목욕을 시켰다. 워낙 깨끗한 녀석이라 목욕을 시킬 필요성을 못 느끼다가 두 달째 목욕을 시켜보았다. 생각보다 가만히 있어 다행이다. 고양이들마다 물에 대한 예민함이 다 다르다고 하던데, 무난한 성격의 녀석은 따뜻한 물이 좋은지 연신 가만히 있는다.
3개월여째. 장난기가 발동했다. 흔들리는 것은 참지 못하고 건드린다. 낡고 오래된 스탠드의 수술은 고양이에게 즐거운 장난감이다. 그것도 20개나 달려있으니 그 어찌 기쁘지 아니하랴.
배를 감싸 안아주면 손가락을 물어뜯는다. 어릴 때는 아프지 않았는데, 커가니 이빨이 제법 날카롭다. 물면 안 된다는 제스처를 반복하니, 이제는 슬슬 무는 것을 주인이 좋아하지 않는구 나라는 걸 인식하기 시작한다. 고양이도 같이 지내면 의사소통을 한다.
그리고 현재 서서히 고양이의 자태를 갖추어간다. 부드러운 등의 곡선과 뭉툭한 앞발, 쫑긋한 귀와 뚫어질 듯 바라보는 눈은 고양이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 찍는 이와의 교감이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책을 꽂아 놓는 난간에 앉아 있길 좋아한다. 자리가 높아서 일까 책을 좋아해서 일까. 아마도 본인의 안식처를 찾은 듯하다.
항상 표정엔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동작엔 활력이 넘친다. 어떻게 찍어도 그 본래의 모습을 담을 수 있어 좋다.
대략 4개월여의 시간을 같이 했다. 고양이의 매력은 집사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생긴다는 점이다. 강아지는 누구나에게 그 모습을 허락하나, 고양이는 본인이 인정하는 몇몇에게만 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사진들은 소중하다. 아마 1여 년이 지나면 고양이 사진으로 전시회를 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