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필 무렵을 찾아 떠나간 평창 이효석 문학관-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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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서 계속>
식사를 마치고 방문한 곳은 문학의 숲이었다. 문학의 숲은 이효석의 작품을 숲으로 재탄생시킨 곳이다. 숲은 스스로도 훌륭했지만 문학을 만나면서 제3의 공간으로 탄생했다. 공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진다. 그 정체성의 중심에 그의 정서가 담겨 있었다.
공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가진다
고로 숲은 향토적이었다. 그리고 외로웠다. 삶의 기록들을 가상의 공간에 담아내고 소멸되어 버렸다. 소멸되고 남은 것은 흔적이었다. 그것은 그의 흔적일 수도 있고, 그 누군가의 흔적일 수도 있고, 우리 모두의 흔적일 수도 있었다.
흔적은 메밀꽃으로 발화되었다. 아직 때가 아니라 만발한 메밀꽃을 감상할 수는 없었지만 8월의 흔적은 자연이라는 화선지에 굵게 한 줄을 긋고 있었다.
곳곳에 소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곳곳에 소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러라고 만든 숲이겠지만 숲은 그의 정체성을 잃고 이미 소설을 체화하고 있었다. 순간 관람자 역시 소설 속으로 체화되는 듯했다. 숲에는 소설 속에 나오는 초가집들이 있었고,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다 보면 소설의 일부분을 새긴 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걸었다. 걷기 좋은 곳이었다. 소로 주변에 이름 모를 풀꽃이 즐비했다. 아늑했다. 아늑한 공간을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장자는 일찍이 자연을 걸을 때 아무 말 없이 걷는 것이 좋다 라고 이야기했다. 몇백 년이 지났지만 자연은 아무 말 없이 걷는 것이 좋았다. 인간의 말이 배제된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맛이 느껴졌다. 묵묵히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고요한 가운데 매미만이 기승을 부렸다. 매미 소리는 우리를 숲으로 인도했다.
숲 너머 좁은 돌 사이로 졸졸 흐르는 물을 발견했다. 그늘 사이로 습하면서도 시원한 기운이 물씬 올라왔다. 다가가 손을 씻고 땀을 식히고 출구로 향했다. 대략 한 시간여의 시간 동안 숲을 품고 다시 입구로 나왔다.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비밀의 정원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모든 여행을 마치고 차에 몸을 실었다.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왔다. 땀이 식는다. 이번 여행길은 꽤나 유익했고 즐거웠다. 이효석 문학관과 문학의 숲은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곳을 다 여행하더라도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조촐하게 문학과 예술의 늪에 빠지고 싶다면 평창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