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작업으로 정물 사진을 찍다
개인 사진 작업은 꽤나 고독한 작업이다. 주제를 던져주는 이도, 코칭을 해주는 이도 없다. 그렇다고 원칙이나 옮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피드백도 없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작품을 공개할 수 있는 채널이 있지만 피드백을 받아들이기 위해 공개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더 개인작업의 지루함을 견뎌내고, 보는 관객과의 빠른 소통을 위해서이다.
이번에 작업하는 주제는 정물 사진이다. 그것도 제대로 된 정물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진과 그림의 경계선상에 있는 그런 정물 사진. 정물 사진을 이리저리 검색해 보았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정물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많지 않은 듯했다. 그래서 정물 사진에 대한 여러 정보들을 얻기 위해 독일등의 외국작가들의 작품들을 참고해야만 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로 살펴볼 분야는 '그림'이었다. 그림과 사진을 종합하여 최고의 결과를 얻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물화에 대해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정물화는 과거부터 그려져 왔지만 그다지 각광받지 못했다. 그보다는 역사나 종교, 신화 같은 무거운 주제의 그림이 사랑받아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중심이 되는 서양의 인간 중심사상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8세기 정물화가 샤르뎅이 등장하면서 정물화가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샤르뎅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조합해서 멋진 그림을 만들어 냈다. 샤르뎅이 이렇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구도와 색감의 조화 등이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샤르뎅의 작품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샤르댕의 작품들을 관찰해보면서 정물화의 구도와 구성, 명암에 대해 관찰을 했다. 그리고 이걸 사진으로 전환시켜야 했다. 그래서 빛으로 그림을 그리듯 사진을 찍어나갔다.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보정을 해 나갔다.
이 사진을 통해 사물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물이 빛을 만나면 얼마나 다르게 바뀔까.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들이 과연 진짜 사물의 모습일까. 그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 꾸준히 작품들을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 작품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개인전을 열 것이다. 개인전이라는 작은 목표를 향해 작업은 계속될 것이다.
ps. 개인작업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삶의 미션인듯 합니다. 상업사진을 찍으면서도, 여행작가일도 하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항상 머릿속의 한 부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 바로 개인작업입니다. 아마 사진을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들을 하실겁니다. 이 개인작업을 통해 저는 저를 찾아가는 여행을 오늘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