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무엇을 보여줄까...
아이를 가지게 되니 사라졌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노래 부르며 풀섶을 걷던 일
흙장난으로 만신창이가 되어 들어가던 일.
굴뚝에서 나는 밥 짓는 연기...
아직도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아마 우리 모두 그랬을 거예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추억의 감성. 이 감성으로 저는 오늘을 살아가고, 또 내일을 삽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날 때 즈음 시골로 이사를 갔습니다. 아이에게 이 서정적 모습을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조리원에서 갓 나온 아이는 늦봄의 내음을 맡으며 집으로 들어왔고 여름향기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가을이라는 새로운 계절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침나절에는 종종 산책을 나갑니다. 이곳은 이제 가을로 탈바꿈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리 덥지 않습니다. 아내와 저는 얼굴에 스치는 신선하고 고즈넉한 바람을 맞고,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합니다.
날아가는 백로와 푸른 하늘, 흔들리는 자연들... 이 모든 것들이 아이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집에서 칭얼대던 녀석도 밖에 나와 자연의 바람을 맞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똥거리며 세상을 주시합니다.
저는 아이의 이 모든 경험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더 많은 배려와 포용의 마음을 가질 수 있게 할 거라 믿습니다. 더 넓은 마음과 여유를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삶이 여여해지면 삶에 관대해집니다. 우리 어른들도 이곳에 오고 마음이 많이 선선해졌습니다. 아이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오늘도 삶은 그렇게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