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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포커스를 하는 이유를 아니?

무턱대고 하는 게 아니다

by 혜류 신유안




아웃포커스(out of focus)에 목숨 거는 사람들


아웃포커스, 그러니까 배경 흐림. 내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곳에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 배경들은 흐려지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것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이다. 이 배경 흐림을 위해 비싼 렌즈를 목숨 걸고 구매해 무턱대고 배경을 날려버리는 경우들이 있다. 왜.. 왜 그럴까.


SSC_4389.jpg 이 사진은 조리개를 개방한 채로 촬영하였었다


우리 눈에 이 배경 흐림이 되었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물체 혹은 사람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이렇게 배경을 흐리게 하면 잘 찍은 사진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이런 배경 흐림을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렌즈의 조리개 수치도 한몫을 한다. 그래서 조리개가 더 많이 개방되는 비싼 렌즈를 구매하려고 돈을 모으곤 한다.


그런데 이 배경 흐림, 왜 어떨 때 사용하는지 알고 활용한다면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뺄샘의 미학


사진은 흔히들 뺄샘의 미학이라 이야기한다. 미술작품은 캔버스 위에 하나씩 채워 넣는 작업이지만, 사진은 이미 있는 세상을 잘라서 프레임 안으로 집어넣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진은 찍고자 하는 주제를 위해 필요 없는 것들을 빼내는 작업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 없는 것을 빼내는 작업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반적인 포토 스튜디오에서 배경이 하얀색인 이유도 피사체를 강조하고 위해서이다. 즉 사진에서 필요 없는 배경들을 없애는 기본적인 작업인 것이다.


(re)SSC_6376.jpg 스튜디오 사진들은 이렇게 배경을 정리함으로써 피사체를 부각한다


이 배경을 정리하는 작업은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촬영할 경우에도 꾸준히 이어진다. 야외에서는 어떻게 배경을 정리해야 할까?



야외에서 배경을 정리하는 법


2가지의 방법이 있다.


첫째는 단순한 배경을 찾아서 촬영하는 방법이 있다. 단순한 배경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내가 찍을 수 있는 피사체가 돋보일 수 있는 색상과 모양이 있는 단순한 배경을 찾아보자. 이러한 배경 앞에서 촬영을 한다면 피사체가 돋보이는 사진을 얻을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re)L1110411.jpg

이 사진의 경우에는 똑딱이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리개나 기계적 활용도로 배경 흐림을 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단순한 배경을 찾아서 촬영을 했다.


두 번째 방법은 조리개와 거리등을 활용해서 배경 흐림을 하는 방법이다. 즉 배경 흐림은 단순히 피사체가 쨍하게 나오게 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배경을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는 사진이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주제가 잘 드러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1E6A1157.jpg

이 사진의 경우에는 포커스를 아이에게 맞추고 앞쪽은 인 포커싱, 뒤쪽은 아웃포커싱. 앞뒤로 초점을 흐려서 더 집중할 수 있는 사진을 만들었다. 이러한 작업은 위에도 말했듯이 사진을 단순화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아웃포커스(배경 흐림)가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직업적으로 상업사진을 하는 입장에서 배경 흐림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사진을 통해서 정보와 메시지를 전달해줘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정확하게 이미지가 나오는 것이 중요할 때가 많다. 하지만 웬만큼 조리개를 조이더라도 흐려지는 부분들은 생기기 마련이다. 보통 조리개를 f13이상 조이게 되는데, 그 이외에도 선명한 사진을 얻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게 된다.


(re)SSC_4586.jpg

이렇게 앞뒤로 여러 제품이 한꺼번에 정확하게 나와야 할 때에는 이 배경 흐림 기능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결과적으로 사진에 필요한 정보를 담아야 하는 경우에는 아웃포커스가 적당하지 않다.



아웃포커스를 지양해야 하는 경우


아웃포커스를 지양해야 하는 경우는 사진에 정보가 담기길 원하는 사진이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을 갔다. 어쩌다 한 번씩 가는 해외에서 같이 간 친구를 찍어줬는데, 조리개를 너무 개방해서 배경 흐림이 되고 친구만 찍혔다고 생각해보자. 물론 친구는 선명하고 예쁘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 후 이 사진을 봤을 때 친구는 대체 내가 어디를 갔다 왔는지 기억이 어렴풋해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해외여행을 갔을 때에는 뒷 배경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명동에서 찍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포커스 아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아웃포커스(배경 흐림)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배경 흐림을 통해 필요 없는 부분은 정리하고, 필요한 정보는 담아내는 눈이 있어야, 무턱대고 배경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제가 상업적으로 촬영한 사진들을 예시 사진으로 올렸네요. 부디 텍스트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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