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의 메모
옮기는 걸음 사이사이로 오후 햇살이 빗겨든다. 걸음에 따라 빛이 그림자가 됐다가 그림자가 빛이 되곤 한다. 자박자박 거리며 닿는 발자국 소리가 봄봄 거린다. 따뜻한 봄기운이 이마의 끝선을 타고 넘어와서는 눈 언저리로 옮겨와 왼쪽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 황홀경을 놓칠 수 없어 오른쪽 눈은 여전히 온기 가득한 햇살을 바라본다.
조용히 카메라를 꺼낸다.
햇빛을 가리고 서 있던 '디오게네스' 앞의 알렉산드로 대왕이 되지 않기 위해, 풍경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누가 되지 않도록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게 셔터를 눌러본다.
그렇게 나는 3그루의 나무와 햇살과 오후를 한 프레임에 담았다.
아.. 봄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