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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의 서랍 이용법

작가를 설레게 하는 작가의 서랍



 Brunch에 로그인을 하면 글쓰기 아래 몇 개의 메뉴가 있다. 아마 글을 쓰고 있는 분들은 모두 알 수 있는 메뉴. 그중 두 번째에 있는 <작가의 서랍>을 나는 좋아한다. 그리고 이 <작가의 서랍>을 나는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배설의 통로


 그것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나만 볼 수 있는 은밀한 게시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만의 글을 '배설' 할 수 있다. 배설이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단어이다. 글을 몇 번이라도 써봤던 이들이라면 살면서 갑자기 밀려오는 글쓰기의 욕구를 느껴보았을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수없이 많다. 누군가는 그 욕구를 몇 단계로 구분해 놓는 일까지 했으니까.

 그중 무언가를 기록하거나 쓰는 욕구는 어디에 속할까. 


 메슬로우는 생리적, 의식주의 욕구가 채워져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고, 그 이후에라야 사람다운 욕구가 채워진다고 했지만, 내가 배를 곪고 기본적인 삶이 불안정했을 때에도 나는 글을 썼다. 그 감정을 글로 뱉었다. 그 불안정한 감정을 배출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좋은 글을 보여주겠다는 행동이 아니었다. 단지 그렇게라도  배출을 해야 해소가 될 것 같았다. 그렇다면 우리가 느끼는 글쓰기의 욕구는 대체 어느 단계에 있는가.


 그래서 나는 기록하는 욕구가 인간이 가진 시원적이고 본능적 욕구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임을 자각하는 도구로써 인간은 글을 쓰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원시시대의 벽화를 보지도 못했을 것이며, 역사조차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쨌든 이렇게 글쓰기의 욕구가 밀려올 때 가장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다 글을 쓰는 것이다. 브런치에서는 분명히 '글쓰기'라고 명시된 공간이 있고 '서랍'이라는 보관 공간이 있다. 그것은 메모장 앱이나 카카오톡 내게 쓰기 등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더 글같은 글을 쓰게 될 여지가 많다. 그 단어의 선택은 굉장히 아날로그 적이라 사랑스럽다. 

 

내가 진짜 글을 쓴다는 것을 인지하게 만들어주고,
쓰다가 미완성된 글들은 서랍에 넣어 보관한다.





서랍 속 이야기. yeon. shinuan. 2019




메모의 습관을 그대로 옮겨올 수 있다


 지나다니며 작은 것들도 메모를 하곤 한다. 머릿속에 남겨지는 생각의 파편들을 손바닥만 한 수첩에다가 기록하곤 한다. 운전하다가도 걸어 다니다가도 기록을 한다. 그런데 이 수첩을 깜빡 잊고 집에 놓고 오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분명히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나 문구가 떠올랐을 텐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 쓰는 것이 바로 브런치의 '글쓰기' 기능과 '작가의 서랍'이다. 이 아이디어나 문구들을 이곳에 바로 기록을 하고 저장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정리하기도 쉽고, 한 번에 펼쳐보기도 쉽다. 이 기능을 알게 된 이후 나는 수첩에 대한 집착이 조금은 사라졌다. (물론 아직도 손으로 쓰는 글씨가 좋긴 하다)

 

 이렇게 메모들을 작성해놓으면 또 하나 좋은 점이 있는데, 그 상태에서 바로 글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수첩에 메모를 하게 되면, 이것들을 다시 한번 정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작가의 서랍을 누르면 세로로 글의 목차와 앞의 몇 문장들이 보이기 때문에 아주 편하게 정리할 수 있다. 그중 마음에 드는 메모를 들어가서 그 메모와 관련된 소재들을 바탕으로 바로 글을 작성하게 된다. 물론 한 번에 글을 다 작성하지 못한다면 다시 저장을 하고 서랍을 열고 넣어두면 된다. 


오랫동안 남겨놓았던 메모가 한 편의 글로 완성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렇게 메모로 남겨 놓고 서문만 적다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서 오랜 시간 동안 저장해 놓았던 글들도 한 두 달 혹은 더 기나긴 시점 덮어놓았다가 다시 본다면, 그에 맞는 글의 뒷부분들이 떠올라서 글을 완성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해서 한 편의 글이 완성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만의 서랍 


서랍이라는 말의 느낌은 참 좋다. 아마 오프라인에서도 실제 작가들의 서랍에는 미완성 원고들이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아직 미완성이지만 분명 언제든 쓰여질 세공되지 않은 보석들일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아주 개별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일것이다.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내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얼마나 좋은 일인가. 온라인의 서랍에도 미완성의 생각들이 가득 차길 바라본다.








사진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으며

개인사진작업을 하며 항상 전시를 준비하고 있고,

생활의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에세이스트입니다.



blog: https://hestory0.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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