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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겨울밤 눈속을 뚫고 우리는 집으로 간다

사진가의 메모





 밤이 깊었다. 하늘의 눈발이 거침없이 내린다. 뜨문뜨문 어둑한 가로등 불빛이 깜박깜박 하얀 눈밭에 반사되어 희미하게 길을 밝혀준다. 휘이~~~ 소리를 내며 난도질하듯 칼바람이 얼굴을 베어나간다. 검은 외투를 여미어 본다. 시체의 손만큼 차가운 냉기가 거칠게 앞섶을 헤집는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앞섶을 잡은 손이 너무나 차갑다. 손을 번갈아 가며 주머니에 넣어보지만 그 마저도 여의치 않다. 구두를 신은 발의 앞부분은 이미 감각이 없다. 단지 무겁고 저릿저릿한 느낌만이 간혹 느껴질 뿐이다. 

 

 저 앞에 희미하게 불빛이 보인다. 집이 가까워져오고 있다. 문 앞에 서니 현관등이 애완동물처럼 반짝이며 반긴다. 딸깍. 손잡이를 눌러 문양마다 흰 눈이 쌓여있는 철문을 연다. 




삐그덕 소리를 내며 무거운 철문이 열린다. 철문이 열리자 더운 기운이 화~악 몰려나온다. 온기 뒤로 따스한 노란 조명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뒤꿈치를 서로 비비며 젖은 구두를 벗 어재 낀다. 구두가 삑삑 거리며 외마다 소리를 지른다. 거실 바닥에 발이 닿자 오골오골 따스한 기운이 발바닥 전체로 밀려들어온다. 감각이 없었던 엄지발가락부터 간질간질하며 발이 녹기 시작한다. 발이 녹으면서 다리부터 온몸에 온기가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방으로 가 털썩 가방을 방에 놓고는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는다. 손끝 발끝부터 말초신경을 자극하며 온 몸이 녹아들기 시작한다. 따스한 기운으로 목욕하듯 실내화를 신고 슥슥 거실로 나온다.


 "여보 고생했어요."


 아내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건넨다. 


 "그래, 눈이 많이 오네."


 소파에 털썩 소리를 내며 앉으며 뒤로 후욱 기대 본다. 


 "아 오늘도 힘들었네."


 온몸에 피곤이 밀려온다. 앞쪽에 있는 벽난로가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따스함을 뿜어내고 있다. 테이블을 보니 따뜻한 빛 사이로 맛있는 빵들이 놓여있다. 갑작스레 시장기가 밀려온다. 온기를 가르며 테이블로 가서 부드럽고 달달한 빵을 한입 베어 문다. 입안으로 촉촉한 따뜻함이 퍼진다. 뒤쪽에서 진한 커피 향이 밀려온다. 


"여보 씻고 커피 한잔 해요."


문밖의 차가움이 녹아내리는 밤.









사진을 촬영하게 되면, 촬영하기 전 생각하는 기본적 컨셉이 있습니다. 이 컨셉은 대략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 스토리를 기반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상업사진도 개인작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빵은 양주에 있는 오핀(OPIN)베이커리의 빵으로 만들어낸 스토리와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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