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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가족사진 액자를 만들었다

에세이 편


"와 이게 뭐야! 너무 좋다"


 처음으로 대형 가족사진 액자를 만들었다. 와이프가 탄성을 지른다. 좋네 좋아. 그렇지 비록 3 가족뿐이지만 우리 가족들이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좋다. 이게 바로 사진의 매력 아니겠어. 하지만 이제야 집에 대형 가족사진 액자를 걸어본다.


 옛날부터 있는 집에는 꼭 하나씩 다 있는 대형 가족사진 액자. 특히 대가족이나 지조 높은 집안의 경우엔 항상 거실에 대형 가족사진이 걸려있곤 했다. 사진 중앙에는 그 집의 가장이 아주 근엄하게 고딕 의자에 앉아있다. 주변에 부인과 아이들이 총총 서있다. 붉고 짙은 무늬의 배경지 앞에서 중후한 미소를 짓고 있다. 어릴 때 놀러 간 집에 걸려있는 가족 액자 사진을 보면 좀 구태의연하기는 하지만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왠지 가족사진이 걸려있으면 화목하지 않은 집안도 화목해 보이는 플라세보 같은 효과 때문이랄까. 하지만 그 집은 매일 저녁 술병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그게 가족사진의 목적이다. 가족사진은 가족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소속감을 주고 애정을 준다. 그러니까 별로 애정이 없는 가족도 가족사진을 찍고 나면 왠지 조금 가까워진 느낌을 받는다. 실제 가족사진을 찍을 때 웃지 않고, 심지어 화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 가장들도 지갑 속에는 항상 가족사진을 품고 다닌다. 가족사진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부여해주기 때문이다.


 어찌 됐건 화목함으로 가장된 향수. 그 향수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액자도 좀 고풍적인 느낌이 나는 약간 올드한 느낌의 액자를 골랐다. 하지만 뭐 요즘 뉴트로 레트로가 대세이니, 이건 최신의 유행일 수도 있다.









 거실 소파 뒤쪽으로 걸어본다. 이야 액자 때메 소파가 사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은 가족사진을 스튜디오에서 찍고 액자를 걸만큼 부유하지 않았다. 현재도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겠지만 흠흠. 내 직업은 포토그래퍼이고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사실 가족들을 찍어줄 일들은 종종 있지만 그 사진 속에 내가 들어갈 기회는 거의 없다. 거의 카메라를 든 외부자의 시선으로 그들을 찍어줄 뿐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놀러 갈 때 항상 무거운 삼각대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삼각대를 들고 다닌다는 건 그날의 여행 중 삼각대를 모시고 다니거나 사진 촬영에 신경이 팔려 아무것도 구경하지 못하고 온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카메라는 점점 가벼워지고, 그것도 아니라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곤 한다.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더 보내곤 한다.


 그러다가 아주 큰 마음을 먹고 스튜디오에서 삼각대를 세워놓고 셀프 가족사진을 찍었다. 근데 이거 마음먹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다. 카메라도 있고 조명도 있고 스튜디오도 있지만 항상 애는 어린이집 가있고, 와이프도 와이프대로 바쁘고, 그것도 아니라면 항상 업무가 가득 차 있다. 포토그래퍼의 가족사진은 장비가 없어서 못 찍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회가 없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에 그 기회를 잡았다.


 이제 거실을 나가면 뿌듯해진다. 뭔가 달성을 한 느낌이다. 드디어 해냈다. 평생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렇게 우리의 첫 가족사진이 거실에 걸렸다.

 두 번째는 언제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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