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진관은 광고사진을 주로 찍지만 프로필 사진도 종종 찍곤 한다. 대부분 우리만의 분위기를 좋아해 주지만 더러 불만족자들도 나오는데, 그들의 만족감을 채워주기는 쉽지 않다.
내가 핸드폰이 되지 않는 한.
불만족하는 대부분의 이들은 바로 셀카에 길들여진 자들이다. 나도 안다. 셀카가 얼마나 예쁘게 나오는지. 하지만 셀카에 길들여진 자들은 셀카의 비밀스러운 기능을 정확히 모른다. 일단 모든 튀어나온 턱들을 돌려깍이 해준다. 얼마나 굴곡 없이 잘 깎아주느냐가 핸드폰 기술의 퀄리티를 결정하듯. 하지만 턱만 깎아주랴. 눈도 키워준다. 눈만 키워주랴. 피부도 뽀얗게 날려준다. 이 정도면 얼굴 개조다. 그것은 당신의 성형수술 후 사진이지 당신의 얼굴이 아니다 라고 이야기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역시 난 이뻐라고 생각한다. 이게 점점 심해지면 프사라고 불리는 프로필 썸네일에서 외계인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맨 인 블랙을 출동시켜야 할 정도이다.
그래서 프사에 외계인이 앉아 있는 경우들, 그중에서도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을 거의 안 찍어본 이들의 경우 더없는 긴장이 밀려온다. 이건 흡사 제국의 역습이다. 이런 프로필의 경우 대부분 결과물에 만족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손에는 땀이 흐르고, 눈동자는 초점 없이 흔들린다. 아주 친절하게 상담을 받지만 결과는 감내해야 한다.
그렇게 프로필 사진 촬영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컴플레인이 많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원래 자기얼굴에 대한 인지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네 일단 현실보다 잘 나왔어요. 뻥치지마!!!
이런 경우엔 부드러운 살인미소로 모든 걸 녹여야 한다. 녹지 않을 땐 더 뜨거운 보정으로 그들을 녹여야 한다.
보통 촬영 후 보정과정에서 얼굴의 많은 부분들이 조정된다. 관상학적으로 얼굴의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에 웬만한 부분들은 모두 보정이 된다. 하지만 처음에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자연스러운 게 좋으니, 전 살짝만 보정해주세요."
처음 스튜디오를 운영할 때는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선의의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
하지만 나는 세상에는 4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추가된 하나는 바로 '살짝만 보정해주세요'.
절대 이 말에 현혹되면 안 된다. 여기서의 살짝은 내가 셀카를 찍어도 이 정도는 나오는데, 그 보다 살짝 더 예쁘게요 라는 말이다. 거기에다 그렇게 깎아도 자연스럽게요라는 말도 생략되어 있다.
그래서 그럴 경우 처음부터 최대한 반쪽짜리 얼굴로 만들어버리는데, 그제야 좀 만족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아주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요청이 수없이 들어온다. 이렇게 보정이 들어오면 돈을 더 받아야 될 정도이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그래도 만족감 하나는 가지고 가는 게 좋지 않겠나.
토론토 요크 대학교의 제니퍼 밀스라는 심리학자는 최근 <셀카의 악영향>에 대해서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소셜 미디어에 자신의 셀카를 많이 올리고 공유할 때 젊은 여성들은 부정적인 감정과 본인 신체에 대한 불만족을 느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특히 보정을 거친 셀카의 경우에는 그 악영향이 더 하다고 한다.
이 연구논문에 따르면 셀카를 많이 찍는 이들은 자존감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본인의 자존감이 너무 낮아서 셀카에 집착할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셀카를 그렇게 많이 찍는 이들과 이야기해보면 불만이 많고 부정적이다. 그리고 실제 얼굴도 예쁜 경우가 대다수이다. 하지만 본인의 얼굴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도 당신은 여전히 멋지고 아름다워요. 자신감을 가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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