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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 84의 프로필 촬영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얼마 전 TV를 보다가 기안 84의 프로필 사진 촬영 에피소드를 봤다. 멋지다 멋있어. 사람의 변신은 이렇게 감동을 주는구나. 그나저나 저 정도 높은 스튜디오 공간이 있으면 좋을 텐데... 



   며칠 후 연달아 프로필 촬영이 들어왔다. 역시나 기안 84의 프로필 촬영 덕이었다. 역시 미디어는 대단해. 그리고 우리 사진관을 찾아준 것도 고마워요.


 한 고객은 한 해가 지나 앞 자릿수가 바뀌기 전 모습을 남겨놓고 싶어요라고 출사표를 던졌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앞자리 수가 바뀐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기실 10년마다 반복되는 현상이고,  매년 한 살씩 먹는 것과 큰 차이도 없다.


 그렇지만 또 우리가 의미를 부여하면 사실 그것은 굉장한 것이 된다. 삶이란 게 의미를 부여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겠는가. 드디어 나도 40대가 되었어.라고 하는 순간.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은 또 얼마나 의미 있고 아름다운가.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나는 그녀가 이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이게 30대 나의 마지막 모습이야라고 이야기하지 말고, 야! 이거 나 40대 때 사진이야 라고 이야기하고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뭐 그것이 더 젊어 보이고 좋지 아니한가.


 고객은 보수적인 시스템에서 일을 하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평소 자기가 하고 싶은 모든 일탈을 자행하고 갔다. 매우 자유롭고 즐겁게 촬영을 하고 갔다. 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찍는 사람도 기분 좋게. 그런 게 사진의 맛이 아니겠는가.


 나는 일반인들의 사진을 찍을 때 그들이 배우나 연예인이라고 생각하고 찍는다. 당연히 처음에는 부동자세로 카메라 앞에 얼어 있지만, 어느 정도 마인드 컨트롤이 되는 순간 그들은 연예인이 되어 '예술이야'라는 말을 나오게 행동한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행위는 찍는 자와 찍히는 자 모두에게 힐링의 순간을 선물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찍는 자와 찍히는 자
모두에게 힐링의 순간을 선물한다

 다음 고객은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분이었다. 콤플렉스는 참 혼자 이기기 힘든 부분이다. 생각할수록 자꾸 동굴로 빠지게 되는데, 이 분은 다행히도 현명한 여자 친구가 있었다. 


 여보세요? 네. 예술적 온도입니다.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남자 친구의 프로필 사진을 예약하고 싶은데요. 네 환영합니다. 저희는 외모 콤플렉스를 파괴할 수 있는 사진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도망가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려요 로 시작된 통화는 결국 프로필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당일 날 찾아온 남자 친구이자 프로필 촬영의 주인공은 역시나 전혀 못 생기지 않았다. 항상 외모 콤플렉스를 겪고 있는 이들의 90% 이상은 못 생기지 않았다. 그럼 누가 못생겼다고 이야기하는가. 바로 거울을 보고 있는 자기 자신이다. 못난 놈! 못난 놈은 거울 속의 자신이 아니라, 스스로를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그놈이다.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나니, 더 멋진 인간으로 거듭났다. 거기다 조명과 카메라 세례를 받으니 배우가 따로 없다. 촬영 후 원본을 보여줬더니 여자 친구 왈 '우와! 대박' '헐' 감탄사가 쏟아져 나온다. 남자 본인도 꽤나 만족하는 눈치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잘 나온 자기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그러고 보면 사진이란 게 참 묘하다.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게도 하고, 세상에서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기도 한다. 그것은 사진이 나를 바라보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처음 카메라가 소개되었을 때 그리고 사진에 찍혔을 때 영혼이 빼앗긴다는 속설이 돈 것도 인물사진이 나의 거울 역할을 할 만큼 나를 잘 표현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개인 소장용 프로필 사진을 찍다 보면 사진이 심리적 치유 기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찍으러 오는 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져서 간다던지, 용기를 얻어 가는 경우들이 많다. 심지어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두드러지게 촬영해달라는 요청도 있다. 이런 경우는 콤플렉스의 극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지. 이렇게 우리 사진관을 찾아오는 이들은 스스로를 이겨내는 자들이 많다. 그리고 이런 촬영을 위해 촬영 전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들로 인해 나 역시도 용기를 얻는다. 그렇게 우리 사진관은 용기를 주고받는다.



  





blog: https://blog.naver.com/hestory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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