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 카메라 추천의 기준
이제 사진을 찍기 위해선 카메라를 골라야 한다. 1편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카메라는 핸드폰 카메라가 매우 훌륭하다. 그래도 조금은 무거운 DSLR을 어깨에 매면 사진 찍을 맛이 난다. 게다가 몇 달치 월급을 카메라에 쏟아붓게 되면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개인적으로 DSLR을 구매하는 이유 중에 가장 좋은 이유는 이것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핸드폰 카메라의 전자 셔터음 보다는 묵직한 DSLR의 셔터음이 좋지 아니한가.
주변에서 이제 막 DSLR을 입문하는 이들이 물어본다.
‘어떤 카메라를 사야 사진이 잘 찍힐까요?’.
정답은 실력을 길러야 사진이 잘 찍힌다.
그래도 무언가 말을 해주어야 하기에 답변을 해주곤 하는데, 보통은 비상금을 얼마나 축척해 놓았느냐를 먼저 물어본다. 어느 여학교의 급훈 ‘10분 더 공부하면 남편이 바뀐다’처럼 조금 더 비상금을 모으면 내 카메라가 바뀐다가 정답일 것이다. 매일 주(酒)님들과 동행하는 이들은 보급 기나 중급 기를 구매하면 된다. 특히나 내가 추워봐라 옷 사 입나 술 사 먹지의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년부터는 소주값도 오른다고 하니 애주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혹은 비상금을 몇 년째 와이프에게 들키지 않았던 이들은 원하던 기종의 카메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구매 후 탈탈 털리는 것은 논외로 한다.
카메라는 일반적으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구분한다. 초보는 보급기, 고수는 고급 기는 아니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넓은 가에 따라 카메라의 기종 구분은 나뉜다. 보급기에 비해 고급 기는 상황에 맞춘 컨트롤을 할 수 있는 기능이 많고, 악조건 하에서도 건지는 컷들이 많을 수 있다.
그럼 보급기나 중급기로는 사진 찍기가 힘드냐라고 물어본다면 그런 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질문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데 그랜저로 가는 것보다 아반떼로 가는 것이 많이 힘드냐 혹은 아반떼로는 부산까지 가는 것이 불가능하냐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질문인 듯하다. 다들 아시다시피 아반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도, 매우 매우 힘들지도 않다. 혹시 스파크로 가면 힘들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요즘 출시되는 카메라는 못돼도 아반떼 수준은 되는 듯하다. 이것이 상향평준화의 힘이다.
카메라로 컨트롤할 수 없으면 환경을 컨트롤하면 된다. 건지는 컷이 적다면 더 많이 촬영하면 된다. 보통 아빠 사진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 아이가 뛰어다니니 초점이 안 맞거나 버리는 컷들이 많다는 고충 사항을 말하곤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여러 해결방법 중 한 가지를 제시하자면, 사진을 찍기 전 아이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하면 좋을듯하다. 순간의 포착도 좋지만 감성, 눈빛, 순간의 느낌 등을 공유한다면 정말 좋은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인물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은 아니지만, 찍는다면 찍기 전에 피사체와 환담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냥 있어도 어색한데, 카메라를 들이대면 상대방은 얼마나 어색할까. 이렇게 어색한 경우에는 사진 역시도 어색하게 찍힌다. 좀 어색한 경우에는 이야기 중에 음주의 유무를 묻곤 하는데, 상대방이 술을 좋아하는 경우에는 의외로 이야기들이 쉽게 풀린다.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하곤 한다. 그래서 사진은 몇 장 찍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셔터를 누르는 그 과정이 행복하다. 과정 전체가 하나의 행복이 되고, 그래서 아마 사진을 계속 찍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일 잘 찍을 수 있는 사진은 가족사진이다. 그만큼 상대를 알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찍은 인물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은 폐암 말기라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우리 아버지를 촬영해 놓은 사진일 것이다.
이야기를 많이 하다 보면 이런 보물 같은 컷을 건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떤 카메라를 선택하던 상관없다. 그래도 카메라를 고를 기준을 말하라면 개인적으로 3가지 정도로 말하고 싶다. 물론 어떤 용도의 촬영이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범용의 사진 생활을 위한 기준이다.
첫째 크기가 작은 카메라가 좋다.
일단 크기가 크게 되면, 기자나 파파라치로 오해받기 쉽고, 카메라를 든 사람도 이러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다. 요즘은 개인정보에 민감해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의 경우에도 길거리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다가 한소리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DSLR 중에 가장 작다는 100d를 들고 다녀도 이런 오해는 여전하다. 이러한 심리적 부담 때문에 정말 촬영을 해야 하는 결정적 순간에 우리는 차마 카메라를 들지 못하고 어깨에 양보한다. 그래서 필자는 작은 카메라를 선호한다.
둘째 가벼운 카메라가 좋다.
어깨가 아프다. 카메라를 들고 다녀보면 어깨가 참 아프다. 그것도 한쪽 어깨만 아프다. 사진을 취미로 하면 어깨와 관절이 아프고 돈을 날린다는 결론을 얻지 않기 위해서는 가벼운 카메라가 좋다. 이 역시도 결정적 순간에 팔 힘이 없어 카메라를 들어 올리는 순간 결정적 순간은 끝나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셋째 막 찍어도 되는 카메라가 좋다.
카메라를 애지중지해서 사진을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건 마치 설거지가 하기 싫어 밥을 안 해 먹는 것과 같으며, 메딕의 마나가 아까워 마린의 스팀팩을 쓰지 않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카메라는 중고로 구매하곤 한다. 그리고 최대한 손에 익히려고 노력한다.
3가지를 취합하니 딱 핸드폰 카메라이다. 하지만 DSLR도 충분히 내게 맞는 카메라를 고를 수 있다.
이렇게 3가지 기준 정도를 잡고 나에게 맞는 카메라를 물색한다면 틀림없이 좋은 사진을 뽑아내 줄 카메라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풀프레임 바디와 크롭 바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일주일에 한편씩(월~화) 연재하고 있는 DSLR 초고속 초보 탈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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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편 감상하기
1편:
https://brunch.co.kr/@brunchqxk5/23
3편:
https://brunch.co.kr/@brunchqxk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