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는 심리적 전쟁터였다
2024년이 되고 만든 큰 변화. 그간 열심히 올리던 페이스북을 끊었다. 1일부터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았다. 핸드폰 바탕화면에서 앱을 지워버렸다. 처음엔 약간의 금단증상이 있었다. 그러나 대략 20여 일이 지난 지금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간간히 올라오던 붉은 알림글씨도 줄어들었다.
플랫폼을 끊자 20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삶은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반대로 말하면 SNS는 생각보다 지대한 영향을 내 인생에 끼치고 있었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가 왜 자신의 아이들에게 페이스북 활동을 제한했는지 알 것 같았다.
가장 큰 변화는 하루가 길어졌다는 점이다. 거짓말 같지만 진짜다.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페이스북에 글 하나 올리는 시간 10분이 줄었는데 하루가 길어졌다고? 정말이다. 왜일까.
우리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일상을 기록하려고 쓴다지만 왜 일기장에 안 쓰고 페이스북에 쓸까? 보통은 일상 중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일상을 기록한다. 보여주고 싶은 일상이란, 스스로에게 특별한 경험인 사건을 의미한다. 그럼 왜 이런 글을 올릴까? 보통은 타인에게 과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한 마음이 적지 않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쓰는 행위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복합적인 심리적, 정신적 산물이다. 그래서 글 하나 쓰는데 꽤나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어떤 글을 써야 자랑처럼 안보이면서도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올린다.
그 이후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면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확인한다. 누가 눌렀고 누가 어떤 글을 썼는지 보며 감정적 전이를 느낀다. 지인이 안 눌렀으면 왜 안 눌렀는지 신경 쓰는 이도 있다.
이러한 일종의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만들어진 게시글이 하루에도 수천 개씩 쏟아진다. 이러한 게시물을 보는 이들 역시 여러 감정적 압박감을 느낀다. 타인의 소식에 공감, 부러움 혹은 시샘을 느낀다. 다행인 건 페이스북시스템이 폐쇄적 형태를 띠고 있어, 자주 보는 이들의 소식 위주만 볼 수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결국 이 조그만 플랫폼에서 매일 세계 대전에 버금가는 심리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플랫폼을 닫아 보았다. 그랬더니 페허가 된 전쟁터에서 고요한 꽃밭이 있는 정원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었다. 갑자기 삶이 고요해진다. 창밖의 풍경이 보이고, 해가 지는 노을이 보이고, 눈밭 사이로 걸어가는 사람이 보인다.
플랫폼에 100중 2의 물리적인 시간을 썼다면, 100중 20의 심리적 시간을 써왔다. 심리적 소모가 줄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 많은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도 어딘가 가면 SNS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 카메라를 드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럴 땐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리고 눈으로 더 담으려 애쓴다. 그리고 같이 간 사람들의 얼굴을 한번 더 본다. 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웃으며 하려 노력한다.
결과적으로 많은 행복감이 찾아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게 집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