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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서정

느리지만 격정적인 한 여름의 서정

by 혜류 신유안


글과 이미지, 음악으로

감성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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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의 서정



여자는 오후 네시 삼십분, 베란다의 창을 연다.

여름의 바람이 느릿하게 실내로 스며든다.


실내에는 바람을 맞이하는 식물들이 있다.

이름을 가진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녀는 매일 조심스럽게 물을 주고, 하루 한번씩 말없이 말을 건다.


창틀에 앉은 그녀는 유리잔의 얼음을 천천히 굴리며 도시의 여름을 바라본다.

아스팔트 위로 공기가 일렁이고 먼거리에서 버스의 엔진 소리가 웅웅거리며 다가왔다 멀어진다.

어디선가 매미가 운다.


세상은 여전히 바쁘게 흘러가지만, 베란다의 시간은 아주 느리지만 격정적으로 흐른다.

조금은 서글프게. 그녀는 갑자기 오래전 여름의 바다를 떠올린다.

바람에 흩날리는 셔츠자락과 귓가에 스치던 목소리,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계절,

스쳐지나가는 기억들이 바람과 묘하게 겹친다.



여름은 한가운데 있고, 그녀는 그 중심에서 조용한 숨을 쉰다.



https://www.youtube.com/watch?v=5z0sUXw6P5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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