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거잠포 선착장
푸른 새벽의 푸른 새벽을 들으며 푸른 새벽을 달렸다.
푸른 새벽을 달리는 일은 오묘하고도 신비로운 경험이다. 그것은 매우 환상적이며 비현실적이다. 오늘은 여러분들께 그런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새벽 5시.
커튼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들어와 조그만 빛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때늦은 털모자와 두툼한 몇 겹의 옷을 입고 자그마한 카메라를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복도는 을씨년스러웠고 카메라는 차가웠다.
오늘 찾아가려는 곳은 <인천 거잠포 선착장>
내비게이션을 보니 내가 사는 김포에서 대략 차로 50분의 시간이 걸렸다.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았다. 삶의 무게가 푸른 소실점 사이로 빨려 들어갔다.
아련한 슬픔이 묻어나올 만큼 그날 새벽은 안개가 자욱했다.
새벽의 내음에 문득 어지러워졌다.
만약 어제 헤어짐을 경험한 이가 차 안에 있었다면 그는 분명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세상은 고요했다. 카 오디오에서 푸른 새벽의 '푸른 새벽'이 흘러나왔다.
이대로 세상이 멈춘 착각이 들었다. 진공상태에서 나의 오른발은 액셀을 밟고 있었고 앞유리엔 풍경과 시간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50여분의 진공상태가 끝나고 인천 거잠포 선착장에 도착했다.
조수석에서 똑딱이 카메라를 꺼냈다.
DSLR의 홍수에 시달려버린 나는 어딘가 나갈 때 똑딱이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거기다 조금 더 치장을 하자면 중고로 5000원에 구매한 삼각대를 첨가한다.
차문을 열고 나왔다. 아침의 바다는 쓸쓸했다.
B급 감성여행을 시작하기에 매우 안성맞춤이었다.
바람에 안개가 실려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한 걸음씩 눈을 감고 바람에 몸을 맡기며 바다내음을 느껴본다.
저 멀리 부지런한 갈매기들이 아이 울음처럼 울어댄다.
바닥엔 물살에 깎여버린 돌들이 사각사각 밟힌다.
고요하던 물살이 밀려왔다.
나를 반기는지 반기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물살은 물살의 움직임 그것만으로 의미가 있었다.
기억 저편에서 아련한 옛 기억들이 밀려온다.
기억이 아름답진 못했지만, 바다는 아름다웠다.
거잠포는 우리 모두의 기억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진중했으며 날카로웠으며 또 냉담했다.
오늘의 B급 감성여행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을 할 예정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의 가슴속에는
이 글을 구독했던 독자들의 가슴속에는
그리고 모든 이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마지막으로 작업 사진들 몇 장을 남기고 갑니다.
PS. 똑딱이와 함께한 B급 감성여행을 시작하며...
B급 감성의 핵심은 음울하지만 무겁지 않고, 슬프지만 괴롭지 않고 고독하지만 외롭지 아니함이다.
주류 여행지를 찾아다니지는 아니하며, 주류 여행지를 가더라도 우리만의 B급 감성으로 담아냄에 있다.
작은 똑딱이와 삼각대 하나로 떠나는 여행.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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