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으로의 B급 감성여행
단골집이 사라졌다. 이런 천지가 개벽할 일이 있나. 1차는 삼겹살 2차는 재즈바. 매번 같은 루트를 순회하는 게 내 작은 소망인데, 2차가 사라졌다 2차가 사라졌어. 대체 이걸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나. 사장님을 찾아가 하소연하려니 연락처도 없이 휑하니 사라져버린 무심한 사람들. 우리에게 이런 아지트를 뺏어버리다니 눈물이 앞을 가릴 따름이다.
바흐와 라흐마니노프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빌리 홀리데이의 거칠고 메마른 음색이 맥주병을 빙글빙글 돌아 나오던 그곳은 이제 기억 속에서, 그리고 내 카메라 속에서만 숨쉬겠지. 너무 아쉽지만 어쩌겠으랴.
이미 마성의 재즈바는 젊은이들이 북적대는 튀김집으로 변해버렸건만.
수유리에 있었던 이 재즈바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자면 최대의 장점은 아는 사람만 안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는 이들만의 알음알음 아지트였다. 인간은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고? 아니야 아니야. 사람은 한 번씩 외로워야 돼. 외로워야 인간 본연의 감각이 살아난단 말이다. 북적북적한 곳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 우리 뇌 속에 타인(他人) 바이러스가 바글바글 침투해서 온전한 뇌를 갉아먹을지도 모른다. 우린 홀로 있을 때 가장 자기다워지는 거야.
우리 몸에 수분이 70%라고 하던데, 몸에 알코올이 70% 정도 차면 그때 비로소 마늘과 쑥은 버려두고 동굴을 나올 수 있다. 군중의 동굴을 벗어나 알코올의 감도가 최대치 일 때 우리의 발걸음은 자동으로 이곳을 향했다. 마치 사이렌의 노랫소리처럼 무언의 오오라가 이곳엔 가득 나왔으니까.
왠지 가정집 같다고? 가정집 같아서 더 편안했던 거지. 앞쪽에는 푸른 반투명의 플라스틱 슬레이트 지붕 아래 이미 온전한 출입문이 존재하고 있었다.
JSB bar!!!
JSB는 아마 요한 세바스찬 바흐를 주인장이 무척이나 좋아했던가보다. 이름을 j.s. bach로 지었으니 말이다.
여하튼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완전 다른 세계가 열린다. 저 문을 열면 우리는 호그와트로 빠져들게 될지도 모르지.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21세기에 20세기의 감성에 빠질지도 모르고.
여하튼 결론은 이곳이 없어졌기 때문에 사진으로나마 여러분들께 이러한 감성팔이를 할 수밖에 없지만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는 건 축복이지 축복이고 말고...
현관문을 열면 항상 조그만 방울이 딸랑거렸다. 딸랑딸랑.... 이 소리가 들리면 드디어 월드(world)에 입성한 것이다.
입구 쪽엔 이렇게 고전과 LP판들이 즐비해있다. 이 비주얼만 보더라도 여길 운영하는 주인장의 성격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맨 처음 이곳을 들러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단 한마디는 이거였다.
'여기도 내 <과>군...'
바 한편에는 오래된 전축과 턴테이블이 즐비해있다. 음악을 틀지 않으면 꽤나 죄스러울 것 같은 장비 조합들이다. 갑자기 빌리 홀리데이가 살아 돌아와서 바를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I'm a fool to want you~♬'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나 감미롭다. 가슴 저 밑에서 끌어 오르는 감정을 목소리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살면서 느꼈던 박해와 차별과 아름답지 못했던 삶. 하지만 노래는 삶과 다르게 너무나 아름답다. 아이러니컬한걸...
부부가 운영하는 이 작은 공간은 딱 90년대에 머물러 있었다. 아니 그 보다 더 오래전 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곳을 감히 시간과 공간의 방이라 부르고 싶었다. 과거의 망령들이 아닌 과거의 찬란한 기억들. 아름다운 기억들....
맥주 한 병을 시키면 접시 가득 담겨 나오는 마른안주들...
한잔의 목 넘김과 감미로운 음악. 이는 내 20대의 전주곡이었으며, 무한동력이었으며 삶이 기록 중 일부이다. 재즈바는 나의 20대처럼 사라져버렸다. 스칼렛 오하라가 울고 갈 만큼 그 시절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지만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마음속 자그만 불꽃들은 마음속 따뜻함으로 지금껏 남아있다.
당신에겐 어떤 기억들이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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