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 시 꼭! 염두해야 하는 것 1순위

조팝인 나를 버티기, 나 뭐 돼?

by ㅇㅈㄹ

제목이 마치 유학원의 블로그 글 같다.

[해외 취업!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꼭 챙겨야 하는 TO-DO-LIST TOP 10!] 같은 느낌


만약 누군가 나에게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꼭 생각해야 하는 것에 물어본다면, 비자, 영어공부, 집 구하기, 차 구하기 뭐 어쩌고저쩌고 당연한 것들 말고 회복 탄력성이 좋은 사람인지 물어보고 싶다. 한계에 부딪혔을 때 얼마나 그걸 빨리 떨칠 수 있는 사람인지, 매일매일 겪게 되는 현타와 한계를 얼마나 잘 견딜 자신이 있는지,


솔직히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이렇게 물어보련다.


당신은 ㅈ밥인 당신을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 사람인가요?



해외 생활을 하는 소셜 미디어 속 사람들을 보면, 다들 성공한 삶처럼 보인다. 다들 샬라샬라 외국어를 너무나 잘하고 미드 영드에서 보던 것처럼 파티도 맨날 가고 네트워킹도 잘하는 거 같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초중고대 직장생활까지 한국에서 하다가 30대가 되어 미국에 온 나에게 아직까지도 가장 힘든 지점은 (어쩌면 나의 자존심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너무 조팝이라는 것이다. 영어도 잘 못해, 문화도 잘 몰라, 뭘 해도 시행착오를 다시 겪어야 하고, 내가 내 나라에는 문제없이 하던 일들이 여기서는 너무나 어려울 때, 내가 내 나라에서는 뚝딱뚝딱 잘 해내던 일들이 언어의 한계에 부딪힐 때.


사실 그런 순간들이 나는 참으로 어렵다. 참으로 마음이 힘들다.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름 경험이 쌓였다고, 경력이 있다고 어디서 보고 듣고 해 본건 많아서 눈은 높은데, 내 현실과 내 실력은 그게 아닌 점에서 오는 인지 부조화, 자기 객관화의 리셋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메타인지를 높여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외국에서는 다양한 한계에 부딪혀 발휘할 수 없게 되고, 내 나라에서는 다들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여기서는 특화할 수 있는 강점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회로를 돌리려 해도 그냥 가끔은 너무 현타가 온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이며 내가 왜 여기서 사서 고생하며, 자존심 상해가며, 혼자서 현타 오지는 밤에 혼맥 하며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는지,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나. 띠발 뭐가 뭘 이끌어 내가 왔지. 누칼협이냐고, ㅇㅈㄹ 정신 차려. 그렇게 억울하면 영어 공부를 더 해. 이러고 있다.


이럴 때마다 떠오르는 인터넷 밈이 있다. “성인이 되고서는 새로운 뭔갈 하면서 가장 힘든 건 조팝인 자신을 참는 일”이랬다. “조팝인 자신을 참을 항마력만 있다면 우리는 얼마든 새로운 세상에서 헤엄칠 수 있다”라고 했다. “자신을 좀 용서해 주렴, 넌 원래 아무것도 아니란다. 너는 조팝이니까 아무도 너에게 관심이 없단다. 그러니까 해보렴, 아무도 널 비웃지 않을 거란다. 세상은 넓고 넌 자유로워.”라고 했다.

윤사과님, 본의 아니게 5년 째 도움 받고 있습니다.


이 짤이 생각날 때마다 검색해 본다. 그러고서는 또 되새긴다. 맞아, 나는 새로운 세상에서 헤엄치려고 왔어. 나 뭐 돼?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어. 난 원래 아무것도 아니거든. 내 나라에서는 그렇다고 뭐라도 됐나? 아니 거기서도 조팝이었어. 내가 뭐라고 조팝인 내가 괴로워? 나 뭐 돼? 덜 조팝, 쪼끔 조팝, 쫌 더 조팝일 뿐이야. 그냥 나는 원래 아무것도 아니었어.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조팝이어도 괜찮아.



모국어로 살아가는 내 나라에서도 우리는 조팝인 우리를 견디기가 힘들다. 근데, 해외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정말 내가 너무 조팝 같아서 미칠 것 같은 순간이 있다. 해외 생활을 고려하고 있다면, 나는 정말 말해 주고 싶다. 아주아주 조팝인 당신을 감당할 자신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래서 나의 대답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조팝 같아도 괜찮은 거 같아요. 맞죠? 우리는 원래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니까 한 번 해 보세요. 같이 해볼래요? 할 만해요. 저도 진짜 조팝이었거든요. 지금도 조팝이고… 근데 하다 보니 또 하게 되대요? 아 근데 진짜 조팝 같아요 내가. 짜증 나요. 근데.. 또 못할 건 없는 거 같아요. 여기 애들도 조팝 같은 애들 많거든여?? 여튼 근데, 진짜로 나 미리 말했어요. 진짜 매일매일 조팝인 나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근데, 응원해요. 같이 조팝 인생 한 번 해봐요. 그게 6개월이든 1년이든, 뭐 어때요. 우리, 뭐 돼요? 근데, 근데를 몇 번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근데, 뭐, 우리는 조팝이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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