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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you Oct 14. 2024

1. 시작

시작은 으레 그렇듯 알 수 없게 시작된다. 


두브로브니크 야경을 찍었던 필름. 중간에 카메라가 먹통이 되면서 확인하다가 필름에 빛이 들어가 반이 날라갔다.  반만 남은 사진에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시작은 언제나 단순한 게 좋다

운명의 실타래로 이어진 옷감과 같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시작되는 것이 좋다.  2024년 10월 시작된 여행도 그러했다. 


9월 말에 끝나는 업무 프로젝트와 바로 이어지는 퐁당퐁당 징검다리 휴가 (10월 3일은 개천절로 공휴일이지만,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넉넉하게 남아있는 휴가. 마치 모든 것이 이미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나를 장기휴가와 여행으로 이끌었다.


휴가를 계산해 보니 약 2주 정도 쉴 수 있었다. 9월 30일부터 10월 13일까지 꽤 긴 여유가 직장인에게 주어진 것이다. 직장인이란 무엇인가? '9 to 6'라는 시간의 족쇄에 묶여 1년 365일을 넘어 정년의 나이 때까지 반복과 반복을 거쳐야 하는 현대판 노예가 아닌가? 이런 노예에게 2주의 휴식을 준다니 이는 참으로 축복이요 귀한 감사거리이다. 


사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감사한 환경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만 있는 것은 불명예스럽고 안타까운 일이기에 여행을 갔다 오기로 바로 결정이 났다. 그것도 쉽게 가지 못하는 장거리 여행을 갔다 오기로.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했으면, 이제 여행을 갈 나라를 정할 차례였다. 후보지는 다음과 같았다. 

한번 읽어보시는 독자분들은 아래 후보에서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동그라미 표시하여 이 글의 여행지를 맞춰보시라. 


a. 미국, b. 뉴질랜드, c. 모로코, d. 튀르키예, e.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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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e. 크로아티아. 이하 해설:  

- 'a. 미국'은 친구가 미네소타에서 거주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나온 후보지였다. 숙식은 자연스럽게 해결되니 비행기 값만 결제하면 같아 바로 친구에게 연락했다. 하지만 친구가 승진을 앞두고 있어 바쁠 같으니 오지 말란 답변을 받아 바로 여행 후보지에서 제외되었다. 


'b.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영화 시리즈에 엄청난 팬인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고 싶어 했던 여행지였다. 근데 왠지 지도를 보니, 이번 기회가 아니더라도 다음 기회에도 있을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럽게 여행 후보지에서 제외되었다. 


'c. 모로코'는 티브이에서 봤던 북아프리카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경관으로 인해 한번 머릿속에 각인된 국가였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니 대부분의 여행 후기가 비추인 점이 많아 흔들리다 못해 제외되었다.


남은 것은 튀르키예와 크로아티아. 

'튀르키예'는 사실 여행지로서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저곳 여행지를 찾던 중에 여행 패키지 상품으로 10월 1일에 출발하는 10일짜리 튀르키예 여행이 약 170만 원 정도에 뜬 것을 발견하여 여행 후보지로 급상승하게 되었다. 패키지 비용도 저렴하고 날짜도 얼추 휴가기간과 비슷해서 알뜰하게 잘 다녀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아티아' 역시 잘 알지 못하는 도시이기에 몰랐지만, 유명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과 '곽튜브'가 선정한 여행하기 좋은 나라 월드컵 티어에 상위 랭킹에 포진된 것을 발견하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지중해와 붙어있는 발칸반도의 매우 아름다운 나라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서 여행 후보지로 역시 급부상했다.


이제 문제는 예산이다. 시간의 족쇄에 묶여 있으면서 동시에 월급의 쇠사슬에도 묶여있는 직장인이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각박한 한국 사회에서 흥청망청 쓰다 보면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과한 소비는 언제나 지향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여행 후보지의 대략적인 여행 예산을 비교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어느 정도 예산을 생각할 수 있는 튀르키예와 달리 크로아티아는 자유여행이다 보니, 모든 것을 대략 계산했어야 했다. 또한 여행 정보가 많지 않다 보니 어려움도 겪었다. 이것저것 항공권과 여행 후기를 계산해 보니 대략 200만 원 대면 갔다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튀르키예 패키지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크로아티아로 마음을 쏠리게 했다. 아름다운 지중해의 나라이자, 로마 가톨릭의 유적과 문화가 아직 존재하는 유럽의 휴양지 '크로아티아'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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