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냉수 먹고 정신 차리기 #10
대곡에서 헤어지고 다음날 오전, 그에게서 완벽한 이별 문자를 받았고, 울면서 입은 옷 그대로 제주도로 떠났다. 가게는 잠시 문을 닫았다. 전국이 눈보라로 비행기가 바로 뜨지 못하여 기다리다 저녁때쯤 비행기를 탔다. 가는 버스에서 울고, 공항에서 울고, 비행기에서 울었다. 내려서 협재로 가는 깜깜한 버스 안에서 또 울었다. 제주 또한 눈이 내렸고 그 유명한 제주바람까지 더해져, 협재는 시베리아 같았다. 간신히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였고, 짐을 풀고 본격적으로 또 울었다. 일부러 울음이 나오는 슬픈 음악 위주로 들었다. 내내 나오는 눈물이 매우 신기했다. 눈물연기를 시키면 가능할 것 같았다.
난 그리 밖에서 울지 않는다. 어릴 때는 많이 울었지만 조금 커서는 거의 밖에서 울지 않았다. 취학 전에는 별명이 꺼이꺼이였지만 그 별명이 싫어서였는지 그 후엔 잘 안 울었다. 학교에서 다 같이 넘어져서 무릎이 깨지는 일이 있었는데 꾹 참고 안 울었다. 그랬더니 어떤 녀석이 여자애들 중에 ‘네가 유일하게 안 운다’며 얘기해준 적이 있었다. 우쭐했다. 별게 다 우쭐했다. 그 후론 밖에서 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타인 앞에서 우는 일은 거의 없었다. 슬픔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슬픈 음악 좋아한다. 다만 감정을 억지로 가지고 노는 최루성 영화를 싫어하고 남들 앞에서 우는 게 싫을 뿐이다.
그런데 그날은 음악만 틀면,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왔다. 사람이 있건 없건 울면서 다녔다. 기다릴 때, 매달릴 때, 근 한 달 동안 자주 울었던 경험 탓이었을까. 수도꼭지처럼 눈물이 나왔다. 울음 때문에 새벽 4~5시쯤까지 자지 않고 있다가, 그에게 보고 싶다는 장문의 진상 문자를 보내고 말았다. 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