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7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안전하다는 느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건 쉽고 빠르게 안전함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쓸모없이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인 불안감이 있을 때 쉽게 사랑에 빠짐으로써 빨리 안전함을 얻고자 한다. - 김형근의 ‘내 마음인데 왜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걸까’ 중에서」
좋아하는 마음이 금방 생겼다. 상대를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데 갑자기 마음이 생겼다. 복잡한 마음이다. 단순히 외로워서 그런 건 아닌지, 연애가 하고 싶어 그런 건 아닌지, 봄날 날씨가 좋아서 그런 건 아닌지, 진짜 이 사람이 맘에 드는 건지 아닌지, 뒤숭숭하다. 머리는 복잡하지만 사실 상대와는 별일 없다. 나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중이다.
‘금사빠’의 큰 문제는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의 부족'이었다. 이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여 불안과 외로움을 해결하려 하기 위함이란다. 미성숙하다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니 최근 연애도 금사빠가 아니었나 싶다. 위의 책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정서적 성숙’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보았다. 정서적 성숙이라는 단어가 뭔가 ‘어른’과 통하는 이야기인가 싶어 생각이 많아졌다.
난 내가 꽤 독립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일을 할 때나 친구를 만날 때, 나의 독립성,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의심한 적이 없었다. 어릴 때 언니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어디 사막에 던져놔도 혼자 잘 살 거라며 놀렸는데 묘하게 뿌듯했다. 억척스러운 면과 의존하지 않은 성격을 은근 좋아했다. 연애할 때도, 자신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며 나에게 뭐라고 타박하는 전 남자 친구를 오히려 가부장적인 성격이라며 놀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의심하는 이유가 뭘까. 예전엔 독립적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그 능력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실제론 그러지 못하였는데 그러려고 노력하며 살아온 것일까. 이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연애감정 앞에선 쪼그라드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 금사빠의 문제는 독립성의 문제가 아닌 다른 것에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 콤플렉스에서 나온 조급함이 ‘금사빠’를 만든 것은 아닐까. 초식녀 스타일도 아닌데 솔로 기간이 너무 길었기에 스킨십이 너무 고파서 그런 건 아닐까. 금사빠가 문제가 아닌, 금사빠를 문제 삼아 또다시 철벽을 치려는 내 마음이 문제가 아닐까. 이 모든 게 골고루 모두 섞여 문제가 되는 건 아닐까.
아 머리 아프다.
구구절절 뭔가 변명 같다. ‘금사빠’ 주제로 근 3주 동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였더니 머리에서 쥐가 난다. ‘금사빠’가 성숙하지 못한, 어른스럽지 못한 상황임은 인정한다. 다만 잘못되었다기보다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한 중간 과정이라 생각하려 한다.
나이 들어 ‘금사빠’라니... 이게 뭐하는 짓인가,.. 혼자 민망하였다. 부끄러웠다. 글로 적기 망설였다. 그래서 다른 주제의 글을 이것저것 적어봤지만, 이상한 정보전달?의 글만 쓰게 되었다. 내 생각은 없는 맹맹한 글 뿐이었다. 머릿속에 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으니, 다른 생각이 잘 안 났다.
지나치게 외롭거나 사랑이 너무 고픈 사람은 사랑하면 안 된다 하였다. 가수 이소라 씨가 어디선가 한 말이다. 너무 허기져서 먹으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냥 한 그릇의 끼니만 될 뿐이지, 기억에 남는 요리가 될 수 없기 때문일까. 허기를 진정시키고 싶다. 지금 내 감정을 금사빠 감정에서 호감 가는 마음 정도로 돌리고 싶다. 조급함을 버리고 조금 더 느긋해지고 싶다.
이것이 어른의 행동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느긋함이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에 좀 더 편안함을 주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차근차근 무언가 즐기는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하는 무엇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