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데이 리뷰
연애를 안 할 땐 로맨스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염장과 허무함이 버무려져 며칠을 고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시사회로 로맨스 영화를 초대받게 되었을 때 잠시 망설였다(심지어 하이틴 로맨스라니). 그러나 그냥 보기로 하였다. 그나마 가까운 영화관이었고, 지루한 날을 보내고 있었기에 ‘며칠 맘 고생하는 것쯤이야’하며 정신 무장을 하고 ‘에브리데이’를 보러갔다.
얼굴이 계속 바뀐다는 설정은 대략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바로 본론부터 시작하였지만 이해가 어렵진 않았다. 자주 비교 거론되는 ‘뷰티인사이드’와는 조금 설정이 달랐다.
‘뷰티 인사이드’에선 매일 신체만 바뀔 뿐이지 자신의 생활을 오롯이 사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라면, ‘에브리데이’는 ‘빙의’의 의미로 신체만 바뀌는 것이 아닌, 삶도 매일 바뀌는 16세 누군가의 이야기였다. 좀 더 허무한 상황이랄까. 이 부분은 사전 지식이 없었기에 다소 신선했다. 이 설정을 듣자마자 이걸 로맨스로 어떻게 풀어낼까 궁금하였다.
그렇게 이야기는 흘러가기 시작하였고, 매일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는 진귀한 풍경을 몇 번 걸쳐 보게 되며, 점점 결론을 향해 이야기가 흘러 갈 때 쯤, 지루해지기 시작하였다. 많이 보아온 순애보에 관한 이야기였다.
분명 이 영화는 깔끔하게 잘 만든 영화이다. 독특한 초반 설정과 달리 스토리는 단순하고, 익히 보아온 클리셰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아 식상할 순 있지만, 마치 핸드폰 CF같은 수려한 화면구성과 달콤한 음악, 탐닉하게 되는 주인공들의 외모에 순간순간 시선을 놓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지루함을 느꼈던 것은 순전히 나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내가 타겟이 아니다.
이 영화는 타겟이 꽤 좁아 보였다. 주 타겟이 10대와 20대의 어리고 풋풋한 여성관객 같았다. 그녀들의 싱그러운 관점으로 이 영화를 본다면, 내가 지겹도록 보아온 클리셰가 그들에게도 지겨울 수 있을까 싶었다. 이제 갓 사랑에 눈을 뜨거나, 풋풋한 사랑을 꿈꾸는 소녀들에게 이 영화가 나처럼 지루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순간의 감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끼는 그런 영화였다. 뻔한 영화였지만 누군가에게는 뻔하지 않을 감성을 선사할 수 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타겟이 아니라도, 지금 사귀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의 손을 잡고 한번 보고 싶긴 하다. 같이 보고 나면 마음이 뽀송해 질 것 같았다.
다행히 염장과 허무함을 시달리진 않았다. 맘고생은 없었다. 다만, ‘A'라는 존재가 조금 마음에 남았다. 'A'를 생각하며 들었던 허탈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신비로움, 이런 감정이 들자, 뜻밖에 어릴 적 '내'가 떠올랐다. '별빛 속으로'라는 만화에 '모든' 마음이 빠져 '매일' 끙끙 앓던 내가 떠올랐다. 현실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며 안타까워하던 빨간 안경을 쓴 어릴 적 내 모습이 떠올라 조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