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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출근하는 간호사 엄마입니다》 책 소개

전선자 저, 미다스북스, 2025. 5, p.200

by 이대영

브런치스토리 작가 필명 : 소곤소곤

https://brunch.co.kr/@268804dbf57b426


그녀는 결코 소곤소곤하지 않다. 그녀에게는 차라리 '우당탕탕'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읽으면서 그녀의 걸음을 따라다니다 보면 금방 숨이 차 올랐다. 왜냐하면 너무도 바쁘게 살기 때문이다. 그녀는 '속 터지게 느린 엘리베이터에 열불을 내는 대신' 계단으로 쿵쿵 소리를 내면서 뛰어다녔다.

"에잇, 참! 처음부터 한 번에 다 챙겨갔더라면 헛걸음하지 않아도 될 것을 몸이 두 배로 고생한다. 이런 일이 하루에 한 번 뿐이라면 괜찮겠지만, 많게는 하루에 서너 번이나 이렇게 다리를 혹사한다. 퇴근할 때쯤이면 다리가 퉁퉁 붓는 것은 기본 옵션이다."(p.38)


그녀는 1인 4역을 감당하는 여자다. 소아과병원에서는 간호사로, 간호학원에서는 시간 강사로, 그리고 집에서는 살림하는 엄마로,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모으고,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작가로, 이쯤이면 '6백만 불의 사나이'에 나왔던 '원더우먼‘이 아닌가? 몸을 한 바퀴 휙~ 하고 돌면 변했던 원더우먼. 그녀도 병원에서 변신했다. 어떤 때는 낮에(데이), 어떤 때는 저녁에(이브닝), 그리고 밤에(나이트), 그녀는 병원 문을 열고 나타났다.(참고로 '나이트'는 그 나이트(?)가 아니다. 병원에서 '야간근무'를 가리키는 전문용어다.) 이런 워킹맘이 있을까?

결혼 전 충남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그녀. 결혼 후 너무 힘든 나이트 근무로 다시는 병원 간호사 생활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사는 세상입니다"라는 말을 하며 다시 병원 문을 두드렸다.

"나는 임신과 육아로 인해서 일을 쉬게 된 흔해 빠진 경력단절 간호사였다. 시간이 흘러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시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에 마주쳤을 때 나의 고민은......"(p.18)


그녀가 택한 것은 워킹맘 중 최악이라는 '3교대 간호사'였다. "남들 다 일하는 평일에는 쉬다가 남들 다 쉬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출근한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은 간절하고 웬만하면 오래 다닌다는 사실을 병원은 잘 아는 눈치였다." 그녀는 가까스로 경력단절에서 경력이음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력이음으로 첫 출근을 하던 날,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오면 어떡해요, 지금 7시야!"라며 던지는 차지널스의 외마디 비명소리. "아뿔싸, 너무 일찍 오면 안 되는 거였어?"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했다. 같이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나이는 자기보다 작지만, 연차는 무려 20년 이상 자기보다 높았다. 자기 밑에 직원은 딸랑 신입 간호사 1명, 그게 다였다. "나이는 많아도 연차는 그들보다 아래였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40명에 달하는 환자들의 차트를 다 외우고, 컨디션을 체크하고, 그렇게 해도 다 외우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메모하고 또 메모하였다. "이놈의 기억력은 잡아두려고 해도 자꾸만 집을 나간다."(p.36)

"나 주사 좀 잘 놓는다"라고 말한다. 찔렀다면 백발백중. 그건 경험에서 나온 고수의 스킬이었다. 왜, 있잖는가. 바늘 찌른다고 혈관을 못 찾아, 여기저기 찔린 아픈 기억들. "죄송합니다"라며 당황해하던 간호사 분들의 얼굴모습.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몸이 기억을 하고 혈관을 찾아냈다.


"내 새끼도 아프다"라는 대목에선 맘이 짠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정말로(아, 이러면 안 되는데). 그녀에게는 1호(중2, 사내아이), 2호(초딩6, 여자)가 있다. 그녀는 꼬맹이들을 그렇게 부른다. 그렇게 부르는 걸 보니 아빠는 '철인 28호'가 틀림없다. 무쇠로 만든..., 음식 잘하고, 청소 잘하는 나~ㅁ 편.


그런데, 기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엄마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에 2호가 아파서 입원한 것이다."이게 무슨 일이람, 출근한 지 겨우 하루 되었는데 내일이 데이근무인데, 일단 1인실에 아이를 입원시키고 나는 일을 하면서 아이를 보고 있다. 다행히 아이는 혼자서 밥도 잘 먹고 게임을 무한으로 할 수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p.44) "아이가 아프다는 것은 내 몸의 일부가 아픈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특히 부모 중 엄마는 더욱이, 내 몸에서 나온 나의 일부였으니, 언제나 진실은 통하기 마련이니 내 마음을 다스려서 온화한 기운이 나를 감싸도록 해야겠다."(p.46) 그녀가 일하고 있는 그 병원은 2호가 돌이 지나고부터 들락거리던 소아병원이었고 지금은 그녀의 일터가 되었다.

책은 병원에서 간호사로서의 일상생활과 가정에서 남편과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소소한 일들을 "우리 이렇게 살아요"라며 에피소드로 소개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아이들과 부대끼며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오늘의 가벼운 하루에 웃음 한 스푼이면 이건 기적인 것이다. 별일 없음이 가장 행복한 것이다. 특별히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그저 그런 하루의 일상이 기적인 것을 자꾸만 잊고 살고 있다. 상대적으로 행복한 우리 집, 매일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기적 같은 하루를 또 보내고 있음에 감사한다."(p.127)


''커피믹스'를 소울푸드라 부르며, 유일한 버킷리스트가 출간작가라고 말한 그녀는, 이제 버킷리스트를 완성하고, 다음 버킷 리스트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남편을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처럼 밥 많이 먹는 여자는 처음이야"라는 남편의 말에, "원래 천사들은 밥 많이 먹어"라며 깔깔댔던 그녀 곁에는 지금 사랑하는 남편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호, 2호가 함께 하고 있다.


이 책은 직업물을 쓰는 작가님들께서 참고로 해서 글을 써도 좋을 것 같다. 직업물이 조금 딱딱한 것 같지만, 재치 있게 쓰면 얼마나 좋은 글이 되는지 모른다. 호기심과 신박함의 조화라고나 할까. 다음 글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벌써 궁금해진다.


다 소개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에 책에 나오는 몇 구절을 소개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해야 하는 일, 두 가지의 일 모두 나에게는 모두 소중하다. 계속해서 하고 싶은 내 소중한 직업 두 개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p.100)


"살다 보니 알게 된다. 엄마가 되고 보니 알게 된다.

밥 먹었느냐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라는 것을,

내가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것이라는 것을,

불혹이 넘은 나이에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되어 보니 알게 되었다."(p.153)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려고 하면 금세 번아웃이라는 녀석이 나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가끔은 지치고 힘들 때도 있다. 사소한 것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있다. 나는 직업적인 사명감이 투철한 일에는 최선을 다하여 완벽한 일 처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의 일에서는 너무 완벽히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약간의 빈틈이 있는 삶을 사는 것도 괜찮다. 그냥 인간적이라고 해두면 좋겠다.(p.163)


(p.s) 우연인지는 몰라도 작가님들의 책을 소개하면서부터 내 서재에 있던 작가님들의 책이 한 권씩 사라지고 있다. 지난주는 조카가 와서 "삼촌, 이 책 나한테 딱 맞는 책이잖아요?" 하면서 책을 스틸해 가더니만, 오늘은 그 애 언니가 내 방에 들어와서 어슬렁거린다. 그 애는 지금 간호학과 4학년 졸업반이다.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예감이 이상하다. 눈빛이 수상해 보인다. 벌써부터 겁이 난다. 이 책도 스틸당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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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책은 (필명:미친PD) 이석재 작가님이 쓰신 《영화로 만나는 우리들의 슈퍼스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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