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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Jan 05. 2016

그만두겠다는 말 신중하게 하자

중소기업 사장으로 일하는 김미경 씨는 종종 경리과 과장으로 근무하는 이현정 씨를 생각할 때마다  한번씩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 김미경 씨는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마땅치 않은 직원 한 명(이현정 씨)으로 본인이 스트레스를 격렬하게 받을 때마다 그녀에 대한 분노와 ‘당장  그만두세요’라고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으로 좌절에 빠지기도 한다. 도대체 왜 사장이 과장 한 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을까. 이현정 씨는 회사의 재정을 담당하는 경리과의 부서장으로 뛰어난 업무 능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경리업무를 안정적으로 잘해 내고 있다. 사장을 화나게 하는 이현정 과장의 문제는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현정 과장에게는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 만큼 개인적으로 중요한 가정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김미경 사장이나 회사가 너무 괴로운 것도 아니다. 


이현정 과장의 ‘그만두겠어요’는 항상 즉흥적이다. 회사에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에도 갑자기 하루 쉬겠다든지, 사장의 질책에 기분이 나빠도 그만두겠다고 한다. 또는 연휴 뒤에 붙여서 이틀 더 쉬고 싶다고 하다가 안된다고 하면  그만둔다는 식이다. 이렇게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일정에 없는 ‘그만두겠어요’라는 불량 수표를 남발한다. 평소에 그녀의 업무처리 능력이나 40대인 그녀의 나이로 볼 때 철이 없는 것도 아니고 김미경 사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마음처럼 퇴사처리를 쿨하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이현정 과장만큼 일을 해 낼 대안의 관리자를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제일 크게 작용한다. 그러한 이유로 사장은 진저리를 내면서도 이현정 과장의 요구를 들어 주며 회사에 근무하게 한다. 어쩌면 김미경 사장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유능한 경리과장을 구하여 여전히 ‘그만두겠어요’라는 부실 수표를 남발하는 이현정 과장에게 ‘그러세요’라며 한방 날리는 것이 아닐까. 안타깝다. 김미경 사장의 속내를 누가 알겠는가. 


먼저 김미경 사장의 처리방식도 참 답답한 노릇이다. ‘그만두겠어요’라는 불량 수표를 남발하는 경리과장은 자신이 경쟁력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당장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그녀의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지만 자신의 처신으로 인해 언제든지 그녀는 해고 1순위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는 사장에게 그녀는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하게 ‘그만두겠어요’를 남발할 수 있을까. 이런 안이한 근무태도를 보여주는 상사를 둔 경리과의 다른 직원들은 과연 상사로서 이현정 과장을 존중하고 대우해줄까. 다 아는데 본인만 회사에서 자신이 유능한 직원이라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 그녀의 착각 증후군 그만 좀 하길 바란다.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종종 으름장을 놓는 직원 중에 정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직원은 얼마나 될까. 실제로는 정말  그만두겠다는 마음을 가진 직원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급여를 좀 더 인상해 주길 원하거나 업무환경을 좀 더 개선해 주길 바란다든지, 좀 더 관심을 원한다든지 이렇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먼저 회사에 요구를 하여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즉흥적으로 ‘그만두겠어요’를 남발하다가는 언젠가 그 화살이 나쁜 평판으로 당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 그리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에게 누가 중요한 일을 맡기겠는가. 자주 그만두겠다는 당신은 결국 ‘저는 이 정도 그릇밖에 안 되는  사람이에요’라고 당신의 한계를 스스로 한정 지어 버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길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가 아니라도 사표는 최선이 아니다. 세상에 만병통치약이 없듯이 사표가 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당신의 업무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당신의 인성까지 갖추어라. 입장 바꿔 놓고 생각해 보라. 당신이라면 당신 같이 회사 입장 생각하지 않고 ‘그만두겠어요’를 남발하는 직원에게 어떤 마음이 들지를. 또는 당신이 회사 내의 인간관계 때문에 사표를 내려고 하더라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아라. 다른 곳에 당신 스타일의 착한 천사표 사람들만 있는 곳은 절대 없다는 사실을. 회사에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은 예측이나 가능하지만, 바깥에는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정글이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있다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보고 사표를 내기 전에 좀 더 회사에서 뛰어난 직원으로 거듭 분발해 보라.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회사에 필요한 직원이 그만두겠다고 사표를 낼 때 붙잡아 하나, 나가게 두어야 하나 사장은 고민에 빠진다. 당장 그 직원의 업무 공백 때문에 생겨나는 불편한 상황이 그려질수록 붙잡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대안이 없을수록 고민은 더욱 커진다. 화나는 마음을 애써 억누르며 함께 잘해 보자라고 하며 그 직원의 요구를 들어 주고 계속 회사에 남게 할 수 있다. 당장은 회사에 별문제 없이 그 직원은 일할 것이다. 그러나 그 직원이 계속 회사에 충성하며 최선을 다할까. 갈 사람은 간다. 붙잡은 직원이 회사를 나갈 때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터뜨릴 필요도 없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라는 섭섭한 마음에 직원이 떠날 때 나쁘게  마무리하지 말자. 나가는 직원에게 회사와 나쁜 이미지로 이별하게 하지 말자. 그 또한 평판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마음 떠난 직원에게 매달리지 말고 평소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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