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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Dec 15. 2015

걸음마 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인권 파이팅!

12월 12일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는 여성인권의 걸음마를 이제 막 떼기 시작한 역사적인 날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2일 실시된 지방선거에 여성들의 참여를 처음으로 허용하였다. 건국 83년 만에 첫 여성 후보자를 내며 여성이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부여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에 있는 전제 군주국으로 서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아랍 국가다. 사우디는 중동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라 할 수 있다. 이 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없으며 이슬람교 이외의 종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또한 여성차별이 심하여 여성인권이 매우 취약한 나라다.    


일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이 사우디 여성들에게는  금지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인권은 막막한 사막처럼 황폐한 수준이다. 사우디 여성은 운전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법보다 우선인 이슬람 성직자들이 여성이 운전하는 것은 가정을 소홀히 하고 사회적 가치를 훼손시킨다고 하며 강력하게 규제한다. 이러한 이유로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지 않으므로 사실상 운전을 할 수가 없다. 일부 여성이 용감하게 운전에 도전하였지만 감옥에 수감되는 등의 보복이 돌아온다. 외출할 때는 ‘아바야’라는 검은색 망토 모양의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감추는 ‘히잡’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을 수가 없다. 눈을 제외하고는 온몸을 가리는데 이것을 ‘니캅’ 차림이라고 한다. 가족이 아닌 다른 남성과 대화도 못하며 교류를 할 수도 없다. 공공장소에서 남녀의 교류를 막기 위해 남성과 여성의 전용 출입문을 따로 설치하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갈 때는 주로 가족인 남성 보호자(마흐람이라 불림) 없이는 외출도 할 수도 없다. 아파도 남성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남성인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여권발급도 못하며 혼자서는 여행도 할 수가 없다. 여성은 스포츠 경기장에도  입장할 수 없으며 공공장소에서는 운동을 할 수도 없다.  쇼핑할 때 옷이 잘 맞는지 탈의실에서 미리 입어 보는 것조차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옷가게에 는 탈의실이 없다. 또한 은행에 자신의 계좌를 만들 수도 없다. 직업 선택에도 제한이 있다. 도대체 사우디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에게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을 발급한 것은 2001년으로 여성에게 처음으로 신분증을 발급한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사우디에서는 남자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만 신분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분증조차 일부 소수 여성만이 가질 수 있다. 여성이 유권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증빙 서류(결혼이나 거주 확인증 같은)가 필요하므로 남자 가족의 동의를 얻는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유권자로 등록한 여성은 전체 여성유권자의 2%에 해당하는 13만 637명으로 소수이고, 남성 유권자 135만 5840명의 10%에 불과하다.    


12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는 여성후보 20명이  당선되었다. 2106명의 정원 중에서 20명은 비록 1% 밖에 되지 않지만 여성인권의 낙후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큰 변화다. 또한 여성 유권자의 투표율이 81.6%로 남성 투표율 44%보다 크게 앞선다. 그만큼 여성 유권자의 관심이 컸다. 지역 언론들은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이 여성전용 투표소에 가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낮은 투표율을 예측하였다. 그러나 여성 유권자들의 열정과 의지가 강하여 산간과 사막으로 된 척박한 지역에서도 투표장으로 온 여성들이 많았다. 여성 유권자들의 열정과 의지가 강했음을 알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당선자인 알오테이비가 AF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못하였는데 여성들이 지지해 준 덕분에 당선되었다”고 한 내용에서도 여성 유권자들의 열망을 확인할 수 있다. 최초의 여성 당선자인 알오테이비가 활발하게 선거운동을 못하였다고 한 이유는 가족을 제외한 여성의 대외적인 접촉을 제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회적인 관습 때문에 여성 후보자들은 선거운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성  유권자보다 남성 유권자가 10배나 많았으나 남성 유권자들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니 선거 유세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성 후보자가 남성 앞에서 선거 유세를 못하므로 칸막이를 치고  이야기하거나 가족이나 친척인 남성이 대변인 역할로 공약을 대신 전달해 주어야 했다. 여성 후보자들은 주로 SNS로 선거 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여성 후보자들은 처음부터 불공평한 경쟁을 하며 선거를 한 것이다.     


사우디 여성의 인권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지만 제다에서 출마해 당선된 여성 사업가 라샤 헤프지의 캠페인 슬로건처럼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의 인권은 이제 시작하였고,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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