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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Oct 16. 2016

성공한 여성은 모두 독종?

남성의 성공은 노력의 결과라고 말하고 사람들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성공한 여성에게도 같은 말을 할까? 성공한 여자들에게는 ‘독종’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독종은 얼마나 독한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을 것 같이 매우 독한 성격의 사람이란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그 여자 진짜 독종이야’란 말에는 인간미라고는 없는 차갑고 똑 부러지며 유연성이 부족한 부정적인 뜻이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성공한 남성에게는 그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에 대해 관대하다. 드라마에서도 남성의 캐릭터는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되는 반면 유능한 커리어 우먼에게는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것 같은 독종이거나 타인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스토리 일색이다. 특히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예쁜 외모에 회사에서 업무에 미숙하고 실수를 연발하지만 멋진 남자 주인공의 도움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하게 그려진다. 실제 사회에서 이런 여성이 매력적일까. 답답하여 함께 일하기 힘든 직원이 되고 만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여성은 독하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투영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특히 미디어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의 성공 스토리보다는 그녀들의 사생활 뉴스나 패션, 약점 거리가 될 만한 내용들을 담은 기사가 더욱 넘쳐난다. 여성이 야망이라도 펼치려 들면 ‘여자가 너무 욕심이 많아’라는 시선에 많은 여성들이 성공을 원하지만 한편으로 사회적 편견에 두려운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잘 나가는 배우자를 둔 남자를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독한 여자나 거센 여성을 만나 힘들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성공한 여성들을 향한 이러한 사회적 편견에 휘둘리지 말자. 당신의 커리어에 집중하라. 반대로 너무 쉬운 길을 택하지도 말자. 필요에 따라 독하다는 이미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모 은행 여신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팀장으로 발령받은 김정은 대리는 출근하는 첫날부터 머리가 찌근거렸다. 그 팀의 일원인 박정수 팀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는 같은 나이에다가 여성이 직속 상사로 부임한 것이 영 마땅치 않은 것이다. 회의 시간이나 업무 지시에도 그녀에게 늘 딴죽을 건다. 이왕이면 잘해 보려고 좋게 받아주고 이해를 시키려 애썼으나 한번씩 도를 넘는 그의 행동에 김정은 대리는 지쳐 버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직원 때문에 본인이 타 부서로 간다거나(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박 팀원과의 갈등을 피해 애매모호한 일처리를 한다면 리더로서의 자격 미달이다. 그를 타 부서로 배치한다고 해도 비슷한 일은 또 일어날 것이다. 당신이 팀장이 되었다면 그만한 자격과 능력이 있으니 된 것이다. 박정수 씨는 그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동갑에다가 여성에게 지시를 받는 것이 무조건 싫은 것이다. 당신이 여신 팀의 진정한 리더가 되어 함께 협력하는 팀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 불편한 박정수 씨를 어떻게든 당신의 충성스러운 부하직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상사임을 제대로 인식시키라.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시비를 걸고 상사의 지시를 무시하면 어떤 불이익이 따르는지도 분명히 알려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당신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된다면 그는 더없이 당신에게 협조하는 직원이 될 것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일을 가진 여성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착하게만 살아서는 리더는커녕 직장에서 살아남기 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기혼여성의 입장은 더욱 만만치 않다. 집안일 제대로 다하고 일을 완벽하게 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자신의 인생에 주인공으로 살며 쉽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여성, 일을 할 때는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하는 여성이 멋있다.

 여성이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가기까지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오죽하면 <여자, 독하지 않아도 괜찮아>란 제목의 책까지 등장하였다. 저자인 나카야마 요코(中山庸子)는 책에서 똑똑하고 독한 슈퍼우먼이 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15년 동안 미술 교사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난 뒤에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저자의 조언이 가득한 책이다. 


작가는 책에서 여유와 감성,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꿈을 잃지 말라고 조언한다. 성공하기 위해 악바리처럼 마음의 여유를 잃고 독하게 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조곤조곤 말한다. 그녀의 조언 하나를 들어 보면 자신의 권태로움을 친구나 연인에게 하소연해서 풀 수 있는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친구나 연인처럼 가까운 사람이 늘 당신의 모든 것을 채워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당신에게 서운함을 주는 것이 당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충실할 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신과 주위 사람 모두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말에 한 표 던진다.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밝혀라. 가족이나 다른 사람이 당신에게 독종이라고 하거나 이기적이라고 비난해도 휘둘리지 말라. 야망을 가져라. 그럴 자격이 있다. 이끌려 가는 삶이 아닌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야망도 하나의 필요조건이다. 가족이 당신의 일부를 차지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부분을 독차지하게 두지는 말자. 세상은 일을 가진 여성, 특히 아이를 가진 기혼여성에게 지나친 욕심은 버리라고 한다. 희생을 이야기한다. 엄마라고, 아내라고, 딸이라고. 일부 맞는 말이지만 전부를 내어 주어서는 내가 없어진다. 나 자신의 자아는 묻어 버리고 온전히 그들의 누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에게 의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권리도 있음을 기억하라. ‘독종’이나 ‘야망’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해석하고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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