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겸손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남자의 속성은 뻥튀기인데 비하여 여성들은 자신을 지나치게 낮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 어릴 적 우리는 겸손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겸손도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한다. 남자들이 대화하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면 마치 회사가 자기 때문에 잘 돌아가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또는 회사의 중요한 일은 혼자서 다하고 동료들은 무의 도식하거나 무능력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남자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를 들어 보면 군대에서 영웅 아닌 사람이 없다(사병으로 근무했으면서도). 반면에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여성스러움으로 포장해서 낮춘다. 여성들은 자기의 진가를 스스로 낮게 평가하는 것 같다.
나는 얼마 전 모 한의원에서 직원 추천 의뢰를 받았다. 성실하며 국가자격시험 합격이 확실한 일반 교육생을 추천하여 취업시켰다. 그녀는 일에 있어 성실함과 유능함을 인정받았다. 본인의 직장에 대한 만족도도 높았다.
문제는 국가 자격증 시험을 치른 후 "합격하겠지요"라는 원장의 말에 그녀는 합격권을 넘는 예상 점수를 맞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의 예상과 달리 원장은 즉시 다른 직원을 뽑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였고 이미 그녀를 대체할 사람까지 준비하였다.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꼭 필요하였던 원장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합격할 것이라고 믿고 던진 한마디에 그녀의 소극적인 대답으로 인해 불안하였던 것이다. 그녀는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혹시나 하는 두려움으로 인한 한마디로 인한 병원의 빠른 대응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였다. 당연히 그녀는 평균점수를 뛰어넘는 좋은 점수로 합격하였고 여전히 그 병원에 근무 중이다.
그녀를 보며 나는 가면 증후군이 생각났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이 이뤄낸 업적이나 성과를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한다. 원래 여성들의 이런 경향을 미국 조지아주립대의 심리학자인 폴린 클랜스(Pauline Clance)와 수잔 임스(Suzanne Imes)는 가면 증후군(假面症候群: impostor syndrome)으로 설명하였다. 가면 증후군이란 자신의 성공과 명성이 전부 운과 우연으로 만들어졌고 주변 사람들을 속이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불안 심리다. 이들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일명 사기꾼 증후군이라고도 하는 이 심리는 주로 성공한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이것은 새로운 도전 상황에서 실패할 경우에 자신이 받게 되는 심리적인 충격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충분한 능력이 있음에도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으며 언젠가 그 가면이 벗겨져서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사실 사기꾼 증후군은 특정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직장생활이나 사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현상이며 전체 인구의 70~75%가 한 번쯤은 겪는 흔한 심리적 현상이다.
나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는 여성들의 일반적인 경향인 것 같다. 가면 증후군이 여자에게만 나타내는 증상은 아니지만 남성보다 여성에게 그러한 경우가 더 많이 보인다. 이는 여성이 남성보다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못된 겸손은 위의 사례에서 보여 주듯이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있다. 자신이 해낸 일에 대한 칭찬을 운이나 다른 사람의 공으로 돌리며 낮추려 한다. 지나친 겸손으로 인해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승진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사기꾼 증후군>의 저자인 해럴드 힐먼은 책에서 인간관계를 망치고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면을 쓴 나’인 사기꾼 증후군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이것은 당신의 승리와 성공을 방해한다고 한다. 어떤 일을 맡게 되었을 때 ‘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나’라는 자기 의심을 높이고 두려움과 불안을 만든다고 하였다. 그러면 이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타인이 생각하는 나’ 또는 ‘스스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처럼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러 자신의 본모습을 계속해서 감추게 된다.
해럴드 힐먼은 이 책에서 가면을 쓰고 있을 때는 두려움이 사람을 움직인다고 하였다. 누군가 귓속말이나 곁눈질을 해도 나를 비난하는 것 같은 고민을 하며 타인에게 잘했다는 확인을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는데 이 같은 걱정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상황이다.
이렇게 다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며 자신을 포장하다 보면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마저 가려져 버리고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떤 일들에 대해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며 자신을 성장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나 기회에 머뭇거리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또한 제대로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회사에서 사기꾼 증후군을 가진 직원들은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피한다.
그렇다면 가면 증후군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어떻게 가면을 벗어던질까. 과거에 자신이 성공했던 경험들을 돌아보거나 적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신의 성공 이유를 운이 좋았다고 여기지 말고 당신의 노력과 실력에 의한 것임을 믿어라. 누군가 당신을 칭찬하면 칭찬을 진심으로 받아들여라. 모두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지나친 자기비하는 휴지통에나 버려라.
<사기꾼 증후군>의 저자인 해럴드 힐먼은 이 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가면을 쓰지 않은 참된 자신을 보여줄 때 타인에게 진정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해결방법으로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말하고 있다. 사기꾼 증후군을 떨쳐내고 자기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면, 내 안에 존재하는 약점과 두려움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팀과 지신의 강점을 활용하여 자신과 팀의 강점을 활용하여 최고의 성과를 만드는 리더가 될 수 있고 자신과 조직이 모두 성공하는 비법이라고 말한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리더인 경우 스스로를 가면 속에 감춤으로써 주눅들 필요 없다.별거 아니다. 일부 남자들처럼 뻥치라는 것은 아니다. 사기꾼 증후군을 잘 다스려야 당신의 능력을 향상하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지나친 겸손의 굴레에서 안타까운 것은 스스로를 낮추는 자기비하 때문에 어떤 것을 당연히 요구할 권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겸손을 고집하다가 당연히 받아야 할 당신의 보상을 다른 사람이 냉큼 가져가 버리면 당신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때로는 과대포장도 필요하다. 세상은 PR시대다. 세상은 당신의 겸손을 겸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심으로 믿어 버린다. 사례를 보라. 당신 스스로. 이제는 겸손과 자기 비하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당신을 돋보이게 하는 가면을 쓰라. 그렇게라도 못하면 당신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줘라. 이제 나를 돋보이게 하는 잘난이 가면으로 바꿔 쓰자. 잘난이 가면이 부담스럽다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게 차라리 생얼이라도 드러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