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금숙 작가 Nov 06. 2016

뒷담화 이겨내기

누구에게나 뒷담화에 관한 에피소드 하나쯤은 있다. <아직도 뒷담화 하시나요?>의 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란체스코(본명은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JORGE MARIO BERGOGLIO) 교황이다. 교황의 베스트셀러인 <험담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됩니다>의 완결 편이라고 한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타인에 대한 험담과 뒷담화는 끔찍한 일이라고 하며 타인을 비방하고 뒷담화 하는 것에 대한 주의를 주었다. 심지어 <뒷담화를 멈추면 갈등도 줄어든다>는 주제의 논문까지 나왔다(2016, 최환규, Insight Korea).


 사람들은 뒷담화를 하면서 공통적인 유대감을 확인하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 답답한 동료, 이중적인 사람 때문에 화가 날 때, 미운 상사, 얄미운 후배를 함께 험담하면 속이 시원하다. 심지어 뒷담화 할 때만큼은 기가 막히게 박자가 잘 맞는 동료들도 있다.


 관계지향적인 성향의 여성은 자신의 개인사를 친해지는 수단으로 동료나 친구에게 살짝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친밀감에서 이야기한 당신의 비밀이 안타깝게 뒷담화의 소재로 활용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한다. 당신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면 너한테만 하는 이야기인데 류의 비밀을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라.


 집단적인 따돌림의 시작도 뒷담화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당하는 여성은 비공식적이거나 공식적인 소통에서 단절된다. 카더라 통신은 어느 사이 그렇다로 단정 지어지고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기정사실화 되어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남의 이야기를 할 때는 유쾌하지만 뒷담화의 대상이 당신일 때는 기가 막히다. 앞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는 것처럼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뒤에서는 당신에 대한 험담을 생중계하는 여성, 한껏 치켜세워 기분 좋게 하다가 뒤에서 당신의 업무 능력을 비난하는 상사는 억장을 무너지게 만든다. 동료가 남의 뒷담화 할 때 함께 끼어들지 말라. 당신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다시 돌아온다고 상상해보라.


 여성의 외모에 대한 남성들의 뒷담화도 비일비재하다. 성숙하지 못한 행위다.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 처음에는 달콤하고 재미있으나 결국에는 모두를 불쾌하게 만든다. 뒷담화, 험담 하고 싶은 마음은 휴지통에나 버리자. 당신에 대한 비난이나 험담이 쓸데없는 것이라면 무시해 버려라. 그 사람은 당신뿐 아니라 많은 사람을 안주 거리로 삼고 잘근잘근 씹고 있을 것이다. 원래 그는 그 정도 그릇의 소인배이다. 그 화살은 뭐지 않아 본인에게 돌아가게 되어 있다.


 유명한 여성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엘리자베스 노엘레 노이만((ELISABETH NOELLE-NEUMANN)은 <침묵의 나선>이라는 책을 통해 침묵의 나선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을 주장하였다. 이 이론은 자신이 생각하는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의 의견에 속한다고 여기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생각이 소수의견에 속한다고 느끼면 침묵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나 험담을 했을 때 함께 있던 사람이 동조하였고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해서 뒷담화 하는 사람의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고립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이웃이 당신을 투명인간 취급했을 때, 복도에서 당신이 동료에게 아는 척했는데 모른 척 지나갈 때 이러한 상황을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그럴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의 당혹감은 말할 수 없이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선거에서 막판 뒤집기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것도 침묵의 나선 이론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즉 사람들은 고립되는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다수의 의견에 공감하는 척하거나 아예 침묵해 버린다는 내용은 설득력이 있다.


 뒷담화를 즐기는 곳에는 들어가지 말라. 소외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할 필요 없다. 그들이 진실만을 이야기하던가. 어쩌면 그 자리에 없는 자기들끼리도 서로 없을 때 험담할지 모른다.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말을 만들어 낸다. 사소한 것이 점차 큰일이 되는 뒷감당이 안 되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문제가 생겨 소문의 진원지를 파헤치다 보면 함께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하는 사람은 신뢰받을 수 없다. 과연 이들의 인간관계의 질은 얼마나 높겠는가. 분위기에 휩싸여 내뱉지 말라. 어떻게 새어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알 수 없다. 뒷담화 하는 사람을 타이르는 오지랖을 보일 필요도 없다. 언제 당신의 이야기를 수군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사람도 상처 입은 영혼일 수 있다. 자신의 상처가 타인을 향한 가시가 되어 콕콕 찌르며 또 다른 생채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도 망각한 체 말이다. 인간관계는 오묘하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를 향한 뒷담화는 계속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성 리더가 여성 부하를 대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