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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14. 2017

‘신제품 개발의 또 하나’ : 푸드 모디슈머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고추가 소개되었을 때 고추를 식품으로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질 않고 엉뚱하게도 짚신 속에 넣는 발난로로 사용하였다. 절 모르는 낯선 음식재료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만지기라도 하면 금방 손에 불이 날 정도로 화끈거리는 것 때문이었다. 겨울철에 구멍이 뚫린 짚신은 바람이 쉽게 들어가 발이 추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짚신 바닥에 고추를 깔고 나서 걸으면 비벼지면서 이내 따뜻해져 오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조상들은 이것을 먹어 볼 생각을 하였다.  고추가 갖고 있던 히터 기능을 접어두고 음식 속에 넣어 매콤하면서도 화끈해지는 맛을 느끼고 싶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은 뛰어난 생각을 바탕으로 이루어지지만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부터도 제품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품을 다른 접근 방법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제품의 기능에다가 한 가지 기능을 포기하거나 삭제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기능과 함께 혼합시키는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제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다.

 
    국순당의 백세주가 소개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사람들은 백세주 대신에 오십세주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였다. 백세주에 소주를 반 섞었으니 오십세주에 해당하는 신제품이 아니겠는가 하면서 변형을 시켰던 적이 있다. 술이 부드러워지기도 하였고 이름이 재미있기도 하였고 혹여 국순당의 마케팅 전략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만은 사람들이 이런 시도에 동참을 하였고 백세주 판매에 일등공신이 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디슈머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최근 식품제조업체가 제시하는 방식대로 조리를 하기보다는 구매자의 의지에 따라 자기만의 새로이 생각한 방식을 접목하여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내는 트렌드는 무섭게 파급되어 상당히 보편화된 듯하다. 이처럼 modify (수정하다, 바꾸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모디슈머(modisumer)라는 용어처럼, 라면을 선택한 소비자가 자신만의 기호 방식에 맞게 조리법을 색 다르게 바꿔서 기존의 라면과는 전혀 다른 제품의 맛을 즐기는 것이다.
   라면 포장지 뒷면에 상세하게 제공된 조리법을 지키지 않고 순서를 바꾸거나 색다른 맛을 내는 또 다른 식재료를 첨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묵이나 새우, 전복, 게, 달걀, 양송이버섯, 파, 양파, 미역 등으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듯 하지만 지상 최고의 라면을 창출해 낼 수가 있는 일이다. 

   식품분야에서의 모디슈머들이 가장 편하게 그리고 다양하게 추구해보고자 하였던 음식은 다름 아닌 라면이다. 다양한 종류의 라면 제품이 소개되었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또 다른 시도를 해보고자 하였던 것이다. 서로 다른 라면 2개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중에는 너볶이(너구리+떡볶이),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왕구리(왕뚜껑+너구리), 오파게티(오징어 짬뽕+짜파게티), 신파게티(신라면+짜파게티) 등이 있는데 이처럼 짜파게티를 대상으로 다른 제품과 혼합하여 새로운 조리법을 찾다 보니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하였던 짜파게티 제품이 안성탕면을 제치고 넘버 2 브랜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시도의 출발은 값이 싼 음식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에서 접하기 어려운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면 값이 싸다는 인식을 떨쳐 버릴 수가 있다.

   라면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모디슈머의 활동은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기에 이르러 음료나 시리얼, 즉석밥, 안동찜닭, 만두 등으로까지 확대되었고 아침식사로 선택하는 시리얼도 단순한 시리얼의 범위를 넘어서 모디슈머의 각광을 받는 조리법으로 떠올랐다.  시리얼은 보통 우유와 함께 먹는 것이지만 요구르트나 크림수프, 샐러드, 과일, 분말 형태의 건강기능식품 등과 섞는 조리법들도 생겨날 정도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우리들의 생활을 단조롭게 만들어 타인과의 소통이 많이 줄어든 면이 없지 않다. 그것은 스마트 폰으로도 충분히 만나지 않고도 서로 간의 교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자신이 발견한 정보를 타인들과 SNS를 통해서 서로 공유하거나 혹은 자신만의 취미나 여가로 즐기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어 이러한 신선한 정보의 파급 효과는 무섭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고 있다. 

   모디슈머가 이처럼 열풍을 일으켰던 매체는 SNS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TV를 통해서 전달하였던 다양한 먹방 프로그램들이 음식 요리를 이렇게도 해서 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다양하게 열어 놓았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조리법을 공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TV에 등장하는 연예인들이 모디슈머의 역할을 대변하는 활동을 보여줌으로써 빠른 속도로 확산할 수 있었다. 모디슈머가 제안한 독특한 조리법은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하여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소비자로 하여금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선택을 할 수 있게 유도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들이 새로운 소비 세력으로 떠올라 식품산업의 마케팅 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제조 판매업에서도 이를테면 따뜻하고 바삭바삭한 피자를 원하는 고객을 위해 매장에서 만들어 배달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초벌구이 상태의 제조는 이루어지지만 배달하는 차 안에서 도착 3분 전에 오븐에서 굽는 과정이 이루어져 주문한 집 앞에서 제품을 인수할 때는 매장에서처럼 따뜻하면서 바삭바삭하고 맛있는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제조공정, 조리 공정까지도 바꾸거나 혼합시킨 푸드 모디슈머의 활동은 비단 식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며 화장품이나 서비스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확대될 것이 예상되며 또 한편으로 식품을 제조하는 제조업자 입장에서도 소비자의 구미에 더욱 맞추어진 제조방식을 선택함으로써 모디 듀서(modify + producer)와 같이 기존의 제조 방식을 뛰어넘어 새롭게 변형된 형태의 제조판매업이 앞으로 탄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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