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ckney , Paris review cover .
파리에는 몇 개인가 전설적인 호텔이 있는데,Le Bristol 호텔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호텔 백년의 역사동안 묵었던 별들과 받은 별들의 수를 합치면 은하수가 된다는데, 영화 덕후들에게는 우디앨런 감독의 미드나잇인 파리의 배경이 된 호텔로도 유명하죠.
우디앨런 감독 광팬인 저도 몇 해를 벼르다가 큰 마음을 먹고 8년전 쯤 사흘밤을 묵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 트립어드바이저를 읽어보면 다른 레전드급 호텔들은 명성에 도취해 시대변화를 못쫒아가 망해가는 듯한, 악평들이 많이 달려 있고는 하는데, 브리스톨은 예외였습니다.
영화의 영향 때문인지 몰라도, 객실 안에 피츠제랄드의 단편집이 있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복도에는 정말 기분 좋은 냄새가 나서 뭔 향수지했었는데 사실은,호텔 뒷편 가든에서 꽃을 피운 오렌지 나무와 자스민에서 나는 향기였다는.. 좋은게 어떤건지 경험해 봐야, 안목이 높아진다는 말은 결과론적으로는 정말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괜히 덕질을 하는게 아니죠.
호텔이 있는 포부르 생토노레 거리 근처에는, 오래된 갤러리들과 프랑스 유수의 미술품 옥션회사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봄날 아침에,미친듯이 돈이 많고 그림과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브리스톨 호텔 근처를 가로질러 산책을 한다면,아마도 미술사의 디즈니랜드를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죠.
오늘 포스팅된 호크니의 그림이 진열된 갤러리는 왠지 으스대는 듯한 정문을 가진 건물들로 부터 살짝 떨어진 마들렌광장에 면하는 골목길 안쪽에홀로 외롭게 서있는 듯한, 작은 건물의 일층에있었습니다.
작기는 하지만 이 지역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그렇듯이 18세기에 지어져서 굉장히 고풍스러운 아취가 있습니다.
건물에 창을 19세기 말에 새로 달아낸듯,아르데코 형식의 장식 철제 주물 뒤에 잿빛 유리창이 끼워져 있고 , 유리창 너머 흰벽에 호크니 그림이 걸려 있었어요.
창의 장식에 가려 폰트 부분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밖에서 본 첫인상은,아 이건 호크니가 종이에 구아슈로 그린 그림인가 보다였습니다.
입구 가까운 곳 데스크에 살짝 쌀쌀맞아 보이는 안경낀 여성이.. 오트쿠튀르는 아니더라도 프레타포르테는 되어 보이는.. 정장차림으로 앉아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기가 좀 망설여졌어요. 그래서, 그날은 밖에서 한참 보다가 돌아갔습니다.
파리에 도착한 두 번째 날, 가져온 옷중에 제일 좋은 옷을 입고, 일부러 브리스톨 호텔 로고가 새겨진 열쇠가 눈에 잘 띄도록 손에 쥔채, 호크니의 그림을 보러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매니져 여성분 활짝 웃으시는데, 어제 문앞에서 그림을 한참 보고 있는 걸 봤다고 하는 겁니다.솔직히 케이팝도 BTS 도 없던 시대, 동양인에 대한 환대가 무척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시대가 많이 바뀌었어요. 제작년에 파리 오를리에서 스웨덴가는 비행기 보딩패스를 받는데, 제 여권을 보더니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던 .. 틀림없이 케이팝 듣고 한국어를 배우는 듯했던 공항 직원도 있었어요. 정말 춤잘추고 노래잘하는 민족의 일원인게 자랑스러웠다는..
아뭏든 제가 그 때 본 호크니 그림은, 구아슈가 아니라,호크니의 81년도 파리 리뷰 잡지 발간 25년을 기념하는 ,오프셋 인쇄된 판화 포스터였습니다.
파리 리뷰 paris review 는 한국으로 치면,창작과 비평같은 유명한 문예지라고 합니다. 25주년 기념호에는 헤밍웨이, 포크너, 레베카 웨스트 같은 기라성같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실렸어요.
호크니는 문예지를 위해 제일 좋아하는 꽃인 튤립을 그려 표지와 기념포스터를 제작합니다. 마티스의 후계자라고 일컬어지는 호크니 특유의 색채가 무척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전 한번씩 포스터가 어울리는 풍경을 상상해보는데요.
제가 공연기획자라면 엘튼존이 라이브공연하는 피아노의 뒷벽에 포스터를 걸고 싶습니다.공연 의상과 무척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실제로 두 분이 절친인듯 합니다. 그리고 많이 닮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