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는 협력사 직원들이 있다. 특히 협력사 직원 중 A는 나를 유독 살갑게 대해주었다.
“많이 힘드시죠. 정말 고생 많으세요.”
“업무를 이렇게 잘 알려주시니 이해가 쏙쏙 잘돼요. 앞으로 많이 배울게요.”
“이렇게 큰 대기업(필자가 속한)과 일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세상에 가장 좋은 말만 골라 내게 말하는 A.
업무적인 실수는 잦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었다.
한 번은 A의 업무적인 실수로 고객사와 큰 트러블이 발생했다.
문제가 커지자 협력사측에서는 A를 제명하는걸로 마무리짓겠다고 했고 나는 협력사에 연락하여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저도 과거에 실수가 있었듯이 그분도 아직 업무한지 얼마 안되었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는게 나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겠다고 하니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건 어떨까요?”
몇 달 후였다. 협력사 A의 관리자가 내게 조심스레 연락이 왔다.
“A님 때문에 지금 내부적인 문제가 너무 커요.”
너무 놀라서 되물었다.
“무슨 문제요? 그 분 좋은 분인데..”
관리자는 A의 행동들을 내게 그대로 말해주었다.
강약약강, A에게 나는 대기업에 속한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강자였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협력사 직원들, 곧 2명의 관리자와 6명의 팀원들은 약자였다.
“(팀원에게) 업무를 제대로 하는건가요, 마는건가요?”
“(관리자에게) 저 그쪽보다 더 경력 많은 선배입니다. 똑바로 행동하세요.”
“(특정 팀원에게) 어디서 감히 말대꾸에요?”
본인은 관리자가 아닌 실무자로 들어온 입장인데 단지 나이가 제일 많다는 이유로 안에서 주름잡고 있었다.
A의 관리자 2명도 막나가는 A의 행동에 두손두발 다 들고 아무런 대꾸조차 못하고 있었다.
보다못한 다른 직원이 불쾌함을 내비치자 따로 불러내서 좋은말 할 때 가만히 있으라는 협박을 했다고 한다.
단 한명으로 인해 협력사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극도로 심한 상황이며, 팀원들이 업무전환 혹은 병가제도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두 명의 관리자가 내게 상담요청을 해온다.
나는 그 회사의 직무 권한을 갖고 있지 않기에 협력사 본사에 이야기해보라고 조언할 수 밖에 없었다.
본사에서 몇 번 타이르듯이 얘기했으나 앞으로 잘 하겠다는 답변을 하였고, 자리로 와서 누가 일렀냐고 내부적으로 색출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길 몇 번째.
결국 A는 전체 팀원들 한명 한명이 자료를 캡쳐하고 녹음하여 내부적으로 투고한 직장내괴롭힘 문서로 한순간에 제명되었다. 그 자료에 이런 조건이 있었다고 한다.
‘A와 함께 계속 일을 지속한다면, 2명의 관리자와 6명의 팀원은 *월 *일 일자로 퇴사하겠습니다.’
A는 어느날 갑자기 불려갔고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도록 순식간에 퇴사처리 되었다고 한다.
모든 증거가 담긴 직장내괴롭힘 문서를 보는 순간 실성할뻔했다.
무엇보다 놀랐던건 A의 양면적인 태도이다. 결코 A의 편을 들 수가 없었다.
그 누구보다 내게 잘했던 A가 어째서 뒤에선 저런 행패와 폭언에 가까운 행동들을 일삼고 다녔던것일까.
소름돋고 무서웠다.
‘내가 지금의 회사에 입사하지 못하고, 협력사 직원으로서 A에게 그런 대우를 받았더라면..’
협력사도 꽤 이름있는 회사였다. 단지 A가 본인 팀원들을 하찮게 볼 뿐이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회의감이 든다. 사람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사람을 함부로 믿고 내 마음을 표현해서는 안되겠다고 느꼈다.
사람을 유독 좋아하고 잘 따르는 내가, 성선설을 믿는 내 사상이, 점점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내부적인 A의 갑질과 횡포 문서를 본 이후,사람을 향한 순수한 내 마음이 까맣게 물드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이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